[김봉희의 월요논단] 느린 아이가 제도 밖에 서지 않도록
입력 : 2026. 09. 14(월) 03:00
김봉희 hl@ihalla.com
[한라일보] 수업 설명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같은 문제 앞에 오래 머물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상황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생활 규칙 역시 여러 번 반복해야 익히지만 겉으로는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아이들이 자주 듣는 말은 '조금 더 노력해라'이다.

이들은 경계선지능 아동이라 불린다. 지적장애 기준에는 이르지 않지만 학습과 의사소통,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다. 아이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경계선지능만으로 장애등록이나 특수교육 대상이 되지는 않아 지원에서 비켜나기 쉽다. 그 시기를 놓치면 학습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으며, 성인이 된 뒤에는 취업이나 돈 관리처럼 혼자 판단해야 하는 일에서 어려움이 커지기도 한다.

제주에는 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검사·치료비 지원과 일대일 학습지원 사업이 마련돼 있다. 다만 사업별로 신청과 선정을 거쳐야 해 필요한 모든 아이에게 닿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24년 제주지역 조사에서도 보호자들은 비용 부담과 프로그램 부족을 호소했다.

경계선지능 전용 제도는 아니지만 영국의 교육·건강·돌봄계획(EHC)은 참고할 만하다. 학교의 지원만으로 부족하면 부모나 학교가 필요평가를 요청하고, 의무교육 연령을 지난 당사자도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해 계획을 세우면 이를 매년 검토하고, 교육·훈련이 계속 필요할 경우 최대 25세까지 유지할 수 있다. 진단명보다 실제 어려움을 먼저 보고, 졸업 뒤에도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우리도 연결의 틀은 갖추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올해 흩어진 학습·복지·상담·진로 지원을 학생 중심으로 잇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를 시행했고, 제주에서도 통합지원센터가 사례회의와 지역기관 연계를 맡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 기관을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마련된 체계가 필요한 아이에게 제대로 닿고 다음 단계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먼저 들여다볼 것은 경계선지능 학생이 통합지원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지, 교사가 알아챈 어려움이 전문평가와 학습·정서 지원으로 이어지는 지다. 성적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친구 관계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기에 이 부분 또한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생활과 가족의 부담까지 함께 살피고, 진학하면 다음 학교가, 졸업하면 진로·고용기관이 필요한 지원을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끝까지 챙길 담당자도 필요하다.

아이를 지능지수 한 줄로 판단하지 않고, 저마다 지닌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경계선지능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배려나 일회성 지원이 아니다.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배우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며, 성인이 된 뒤 자기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꾸준한 지원이다. 조금 늦게 배운다는 이유로 배움과 자립의 기회까지 늦어져서는 안 된다. 아이와 가족이 지원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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