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왕벚'을 부르다] (10)에필로그
입력 : 2023. 06. 08(목) 00:00수정 : 2023. 06. 09(금) 08:13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왕벚나무 이름 바로잡고 자생지 보호 체계 갖춰야"
제주 견월악 일대에 자라고 있는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 현재 수령이 27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이 나무를 발견해 2016년 발표하면서 "이와 같은 노령목의 발견은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희만기자
최고령 왕벚나무 발견에도 보호 조치 없어
최근에서야 움직임… 도 "보존 대책 논의"
'왕벚나무' 국명, 재배왕벚에 한정 문제도
자생지 연구 없어 개체 수 수년째 235그루

[한라일보] 땅에서 올려다본 나무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거대한 몸통 여기저기에서 뻗은 가지와 푸른 잎이 하늘을 가렸습니다. 지난달 22일 찾은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는 성인 서너 명이 빙 둘러서야 겨우 감쌀 수 있을 듯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 견월악 일대에서 이 나무를 처음 발견해 2016년 발표했습니다. 당시 수령은 265살로 추정됐습니다. 높이 15.5m, 밑동둘레 4m49㎝인 나무의 목편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이전까지 제주에서 가장 큰 왕벚나무였던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의 한 그루(추정 수령 200년, 2016년 기준)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와 같은 노령목의 발견은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물학적으로도 이 종의 자연수명을 구명하는 재료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지난 100여 년간의 기원 논쟁을 지나온 왕벚나무에게 '나이'는 특히 중요합니다. 기원을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나이, 즉 '수령'은 사람이 키운 것인지, 자연에서 절로 자란 것인지를 판단할 때 반드시 얘기됩니다. 국내 왕벚나무 전문가인 김찬수(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재배된 왕벚나무보다 나이가 많은 왕벚나무가 자생한다면 이 나무가 재배되다 생태계로 들어왔을 리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자연 속에 모두 어린 나무만 자라고 있다면 누군가에 의해 심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자생지'라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조상 개체부터 이제야 태어난 어린 나무까지 인구분포 정도의 곡선을 이루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령 왕벚나무의 발견은 오래 전부터 이 나무와 유전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나무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숲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주 견월악 일대에서 자생하는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가지마다 꽃을 피운 모습. 한라일보 DB
|왕벚나무 자생지, 보존 대책은

현재 발견된 최고령 왕벚나무는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의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존 대책 수립에 나섰다는 겁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달 중에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와 문화재·산림 부서, 민간 자문위원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보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고령 나무의 희소성, 가치성 등을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 보존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는 전 세계 유일한 왕벚나무 자생지이지만 왕벚나무에 대한 보존 대책은 단편적입니다. 천연기념물이나 제주도 지정문화재,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왕벚나무와 자생지를 보호·관리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조직 배양해 보급하는 역할을 제주자치도가 맡고 있지만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그 외에 연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개체 수는 수년째 '235그루'에 멈춰있습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희귀 산림유전자원 벚나무류의 분포 및 형질특성 조사'를 통해 파악한 수인데, 이후에는 조사된 바 없기 때문입니다. 왕벚나무는 제주만의 고유한 식물유산인 만큼 자생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숲과나무 대표인 문명옥 박사는 "도내 왕벚나무 자생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각각의 개체에 대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도록 관리체계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왕벚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식물애호가 등 일반인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누가 발견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동기를 부여하면 더 많은 자생지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제주도 향토유산 3호로 지정돼 있는 제주 오등동 왕벚나무와 표지판. '왕벚나무'라고 쓰여 있지만 현재 국명대로 하면 왕벚나무는 '재배 왕벚'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한라일보 DB
|"'왕벚나무' 이름부터 제대로"

왕벚나무 자생지로서 단단히 서기 위해선 그 '이름(국명)'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원칙대로 하면 제주 자생 왕벚나무는 '제주왕벚나무'로 불러야 합니다. '왕벚나무'라는 이름은 재배 왕벚만을 가리킵니다. 국립수목원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연구진이 재배 왕벚에 붙인 이름)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왕벚나무'는 '재배식물', '제주왕벚나무'는 '자생식물'로 나눠 실은 결과입니다.

이를 엄격히 따르면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에서도 '왕벚나무'라는 이름을 편히 쓸 수 없게 됩니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도 '제주 봉개동 제주왕벚나무 자생지'로 바꿔 불러야 하는 처지입니다. 둘로 나눈 이름이 되레 혼란을 일으키는 데다 '왕벚나무'라는 고유 이름을 재배 왕벚에만 한정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획을 마치며

한라일보 기획 '다시 왕벚을 부르다'는 문제가 된 국립수목원의 2018년 발표부터 들여다보며 모두 10회간 이어왔습니다. 논란의 시작에 대한 이해 없이는 논쟁만 반복해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왕벚나무에 대한 사실과 오해를 정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본보 취재팀은 국내는 물론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당시 연구의 문제와 '일본 왕벚나무'의 실체 등을 집중해서 다뤘습니다. 지금까지 여정은 4분 정도의 영상으로 요약해 마지막 회에 함께 선보입니다. 기나길고 복잡한 '벚꽃 논쟁' 속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다시금 꺼내놓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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