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입력 : 2025. 10. 01(수) 01:00수정 : 2025. 10. 01(수) 06:29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우리를 홀린다. 아이들은 손바닥 안 네모난 세상에 넋이 빠졌다. 수업과 대화는 느리고 지루해 수시로 멍해진다.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맞춰야 하는 친구는 번거롭다. 뜻대로 안되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외롭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비단 아이들만 이럴까?

융합형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같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지능을 앞지르는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다고 말한다. 최근 내 이웃은 세미나와 파티가 결합된 공동체 친화형 생일잔치 일정을 AI에게 요청했는데, 일급 기획자가 마련할 법한 멋진 일정과 구체적 정보들을 제공받았다.

또 다른 풍경, 미국의 AI 국방기업 팔란티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개입했고, 이 전쟁들에서 AI 기반의 드론이 살상무기로 사용되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조만간 전지구적 정보를 모두 흡수할 AI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상현실을 현실로 살아가는 인류를 그린 워쇼스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가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AI는 인간을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고 했다. 예술가는 한발 앞서 미래를 보며 오늘에 경종을 울린다.

치열한 입시 경쟁, 높은 자살률, 학교폭력, 왕따, 교권 침해, 빈부격차, 기후위기, 파시즘의 부활, 가짜 뉴스…. 서울대를 10개 만들면 이런 문제들이 나아질까? 아이들은 삶에 실제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나? 인간보다 똑똑한 AI와 살아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아무리 AI가 친절한 척척박사에 문제해결사가 되더라도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을 원할 것이다. 거의 90년 간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의 결과를 보더라도, 아니 우리의 경험과 직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누군가와의 친밀한 관계없이 만족스러운 삶은커녕 생명 유지조차 어렵다. 아무도 없이 AI로만 둘러싸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도리어 지금보다 타인과의 공감적 소통, 공생, 메타인지, 영성의 중요성이 또렷해질 것이다. 인지 능력과 생산성은 AI를 통해 엄청나게 증강될 것이므로 인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자기다움을 지닌 직접적이고 정서적인 접촉과 돌봄의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삶을 위해서는 내가 이 세상 만물과 연결돼있다는 자각, 연민, 초월적 시각이 필요하다. 이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품성이다. 우리가 이러한 공생, 소통, 연민, 초월의 품성을 함양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영화의 결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앞의 미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혼돈의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가 민주주의의 등불을 밝히며 '홍익인간'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인류 공영을 넘어 지구적 공생에 참여할 때다.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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