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시작하며] ‘무위(無爲)’의 변(辨)을 위하여
입력 : 2025. 09. 24(수) 01:00수정 : 2025. 09. 24(수) 10:12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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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노자의 '도덕경'을 두고 유연한 처세술과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면서 노자의 사상이라며 물을 비유적으로 들어 '다투지 아니함(不爭)'을 말하기도 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나름으로 해석하며, '겸허(謙虛)'를 우러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무위'와 '자연'을 말하면서도 '겸허'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경우 도덕경 1장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가 겹쳐서인지 지혜의 저서를 생각하며 몹시 따분하고 혼란스럽다.
무위자연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는 것쯤'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무위'와 '자연'이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사고체계다. '무위'란 '하지 않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치열하게 신실하게 해나가는 것과 닿아있다. 다만 이를 세상에 드러내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 곧 '도의 흐름', '스스로 그러함'에 닿게 된다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노자의 사상을 처세와 삶의 지혜에 가깝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인 '도민광장'(vol 122, 2025)에 운영위원장인 임정은 의원은 '제주 4·3 완전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며 다음의 내용을 제기했다. 첫째, 제주 4·3 기록관 건립을 위한 국비 예산의 조속한 반영과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 둘째 제주 4·3 트라우마센터의 전액 국비 전환. 셋째, 왜곡·폄훼 방지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넷째, 제주 4·3 교육의 전국 확산을 위한 교육부 협력 등이다.
임정은 의원의 말은 광복 전후로부터 지금까지도 제주도민들에게 남아있는 상처를 일거에 씻어낼 수 있는 묘안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제주도를 위한 의원의 열정과 간절함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전제부터 우선 도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위험한 말이다.
'제주 4·3'의 본질이며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해서 얻은 '정명(定名)'도 미정인데 이에 대한 '완전한 해결'이란 말이 성립하는가. 제기한 네 가지 방안이 도의회 차원에서 그 해결이 가능한 일인가. 위 방안이 과장이고 허식과 내세움이라면 도민들의 실망과 허탈함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분야, 위치에서 고유한 삶을 이루어나가는 열정은 아름다운 일이다. 노자의 무위가 무엇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은 겸허와 닿아있다면,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일은 거창하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세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며 '도(道)의 흐름'이지 않겠는가.
탄핵 정국 이후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일이 몹시 피로한데, 무엇보다 말이 거칠고 과장된 까닭이다. 벌써 가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제주 지역 사회에 떠도는 소문들을 씻어내는, 맑은 바람 같은 무위를 찾아 나서고 싶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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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는 것쯤'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무위'와 '자연'이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사고체계다. '무위'란 '하지 않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치열하게 신실하게 해나가는 것과 닿아있다. 다만 이를 세상에 드러내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 곧 '도의 흐름', '스스로 그러함'에 닿게 된다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노자의 사상을 처세와 삶의 지혜에 가깝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인 '도민광장'(vol 122, 2025)에 운영위원장인 임정은 의원은 '제주 4·3 완전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며 다음의 내용을 제기했다. 첫째, 제주 4·3 기록관 건립을 위한 국비 예산의 조속한 반영과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 둘째 제주 4·3 트라우마센터의 전액 국비 전환. 셋째, 왜곡·폄훼 방지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넷째, 제주 4·3 교육의 전국 확산을 위한 교육부 협력 등이다.
임정은 의원의 말은 광복 전후로부터 지금까지도 제주도민들에게 남아있는 상처를 일거에 씻어낼 수 있는 묘안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제주도를 위한 의원의 열정과 간절함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전제부터 우선 도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위험한 말이다.
'제주 4·3'의 본질이며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해서 얻은 '정명(定名)'도 미정인데 이에 대한 '완전한 해결'이란 말이 성립하는가. 제기한 네 가지 방안이 도의회 차원에서 그 해결이 가능한 일인가. 위 방안이 과장이고 허식과 내세움이라면 도민들의 실망과 허탈함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분야, 위치에서 고유한 삶을 이루어나가는 열정은 아름다운 일이다. 노자의 무위가 무엇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은 겸허와 닿아있다면,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일은 거창하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세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며 '도(道)의 흐름'이지 않겠는가.
탄핵 정국 이후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일이 몹시 피로한데, 무엇보다 말이 거칠고 과장된 까닭이다. 벌써 가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제주 지역 사회에 떠도는 소문들을 씻어내는, 맑은 바람 같은 무위를 찾아 나서고 싶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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