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주를 수놓는 미술의 향연
입력 : 2025. 09. 10(수) 18:02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오기영·심건·양영만·전영실·김미지 잇단 전시
저마다의 다양한 기법으로 말하는 '제주다움'
심건 작 '너는잠시, 산이었다가#07'
[한라일보] 깊어가는 가을,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잇따라 개인전을 열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일상의 흔적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부터 제주의 자연과 정서를 담아낸 회화와 사진까지, 전시장은 한층 풍성한 문화 감수성을 채워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

오기영 작가의 개인전 '細花(세화)'가 오는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오기영 작 '細花 2025 건식벽화'
작품은 작가의 고향인 '제주 세화리'를 중심으로, 제주의 자연과 정서를 건식벽화 기법으로 풀어낸다. 흙을 활용해 표면을 다지고 '새김'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고대 기법은 재료가 가진 질박한 미감과 맞물려 제주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2025 제주갤러리 공모선정작 시리즈 일곱 번째 순서로, 서울에서 한국적 미감을 논의하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심건 작가의 첫 개인전 '너는 잠시, 산이었다'는 오는 21일까지 새탕라움에서 진행된다. 제주로 이주한 뒤 팬데믹 시기 서귀포 바다를 매일 바라보며 기록한 사진 11점과 시퀀스 사진 2점, 영상 1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파도는 계속 들어오지만 같은 파도는 없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해, 파도의 찰나와 지속 속에서 존재와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관람객은 '삶의 파도 속 찰나의 산'을 기억하는 작가의 시선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양영만 작 '물놀이 연작'
오는 19일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감저갤러리에서는 양영만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물놀이'가 열린다. 2025 제주문화재단 장애예술창작활동지원 공모에 선정돼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제주의 바다와 사람, 동물을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빛으로 담아낸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개성 있는 색감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따뜻한 정서를 전하며, 관계자는 "작가가 예술가로 당당히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영실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은 이달 29일부터 9월 7일까지 아라갤러리에서 열린다. '빨강 스타킹, 너도 있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분홍빛 피부, 붉은 바지와 스타킹, 파란 물빛 배경 속 인물들을 통해 잊혀진 유년의 기억과 억눌린 자아를 끌어낸다. 제주 태생인 전 작가는 서울에서 중등 미술교사와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다 2018년 제주로 돌아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김미지 작가의 개인전 'Moving White Garden-연동'은 오는 23일까지 담소창작스튜디오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값싼 공업용 접착제인 핫멜트 잔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이 전시는, 육아와 가사로 헌신했던 작가의 삶의 흔적이 투영됐다. '핫멜트 껍질'로 만들어진 가상의 움직이는 정원은 작가의 유목민적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각화하며, 평범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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