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팔순의 미생물 전도사와 제주 미생물산업
입력 : 2015. 09. 17(목) 00:00
얼마 전에 미생물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팔순의 어르신을 뵈었다. 유용미생물로 제주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그분의 말씀은 유명한 과학자의 이야기보다도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야말로 미생물 전도사의 모습이었다. 합성농약이나 항생제 없이도 고품질의 청정 농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제주, 축산악취와 해양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생물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만 된다는 열정적인 말씀에, 제주 미생물산업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갈 방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미생물은 현미경을 통해서나 볼 수 있는 0.1㎜이하의 작은 생물체로서, 그 종류로는 사상균류, 세균류, 바이러스, 원생동물류 등이 있다. 이들은 지구의 총생물체 중량의 약 60%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구 생태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미생물은 동·식물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김치, 치즈, 유산균 음료 등의 식품, 의약품과 화장품 등의 화학제품, 동물 사료 첨가제, 환경오염 제어제재, 미생물 농약 및 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에게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도 상당히 많다. 이렇듯 미생물은 인간복지와 지구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현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1% 미만의 미생물만이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미생물자원 전쟁' 시대로 진입할 수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제주지역 미생물산업은 어느 수준인가? '라는 물음에는 대답이 매우 궁색해진다. 어떤 종류의 유용 미생물들이 분포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착 미생물자원을 수집하는 연구가 아주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을 뿐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제주도는 토착 유용 미생물자원 발굴 및 특성조사 사업을 본격 시작하였고, J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를 토착 미생물 기탁기관으로 지정하여 곶자왈, 용암동굴 등에서 수집한 600여종 1600여점의 미생물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한편 도내에는 미생물 기업체가 40여개가 있고, 주로 EM(Effective Microorganisms) 환경개선제, 미생물비료, 발효식품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아직은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생물 전도사의 말씀을 빌어서 제주 미생물산업 육성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본다. 먼저 다양한 서식지로부터 미생물을 분리 수집하여 특성평가를 통해 정보화하고 DB화시켜 수요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용 미생물은행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집된 균주를 대량으로 이용자에게 분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나고야의정서(ABS)에 대응하는 기본 사항이기도 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유용미생물을 활용하는 농가나 기업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EM 미생물 활용 친환경농업 뿐만 아니라 축산환경 개선용 EM 발효액, 토속 발효주, 기능성 발효식품 및 화장품 소재 등의 개발은 충분한 경쟁력과 비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미생물자원이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제주를 바꿀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유용 미생물자원 발굴 및 이용에 관한 연구를 종합 컨트롤하는 거점연구기관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팔순의 미생물 전도사가 꿈꾸는 친환경농업의 메카 제주, 순백의 청정도시 제주가 토착 미생물자원을 통해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창숙 JTP 생물종다양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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