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생각을 키우는 교육
입력 : 2015. 05. 07(목) 00:00
교육은 곧 사람이다. 사람이 대상이자 내용이다. 사람은 가르치거나 배우는 존재지만 가르침 또는 배움의 내용 그 자체이기도 하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의 성장에 있고 성장은 생명과 더불어 지속된다. 그러기에 학교 교육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이다. 사람을 성장으로 이끄는 깊고 큰 가르침은 언제나 자연과 사회 속에 있다.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은 지리산을 유람하고 '나는 물을 보고, 산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았다.(看水看山看人看世)'고 하였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오르고 한라산을 오르지만 모든 이가 남명(南冥)선생과 같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얻는 것은 아니다. 산을 오른 성취감으로 만족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나 배움과 성장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깊이, 곧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제주 교육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흐름이 매우 활발해졌다. 작년 8월에는 중학교 1,2학년 단계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견조사와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수준에 따라 갈라놓으면 학생들 서로 간에 배움의 기회가 없으며, 도전의식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어 불리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배움과 성장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올해는 학생 간 멘토-멘티, 배움의 공동체 수업, 거꾸로 수업, 하브루다 수업 등 다양한 교수·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름은 각기 다르나 학생 참여 중심, 배움이 있는 수업, 성장의 경험을 제공하는 수업이라는 요체는 공통적이다.

지난 3월부터는 여유 있는 수면시간과 아침식사 시간 제공을 위한 등교시간 조정이 이루어졌다. 3월 등교 첫날 현장을 찾았을 때 학생들은 아침밥을 먹고 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버스시간 변경도 이루어졌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도서관 개방과 독서활동, 학생 중심의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체력단련활동 등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적 시간활용능력,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는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학업성취도에서 최상위의 성취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지만 행복지수에서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 그리고 성적으로 재단해버리는 앎,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어른들이 먼저, 사회가 먼저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많은 지식과 정보가 곧 성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또한 배움을 통한 깨달음, 성장을 통한 자아실현의 행복을 누리는 것은 다른 이가 대신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달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치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고 한 경고는 늘 되새길 만하다.

참 바쁜 시대다. 변화의 속도도 그렇다. 행복은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 성장에서 온다. 아이들의 성적보다 성장을 바라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 먼저, 사회가 먼저 그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건강한 제주를 위해. <이영훈 제주도교육청 학교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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