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급변하는 제주사회에서 잃어버리는 것들
입력 : 2015. 03. 05(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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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제주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섬 구석구석까지 뻗은 아스팔트 도로와 택지개발로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단지들, 마천루 경쟁을 벌이는 높은 빌딩과 그로 인해 들썩이는 땅값. 그리고 퇴근시간이면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등. 그런데 지금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들이다.
지금 제주는 수도권의 신도시와 닮아가고 있다. 택지개발로 새롭게 형성되는 신시가지에 가면 과거의 제주는 없고 전국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외형만 변한 것이 아니다. 그 속의 내면까지 변하는 듯하다. 치열한 학군 경쟁과 서열화 그리고 이웃과의 단절 등 전형적인 대도시의 복사판이다.
도시만 변한 것이 아니다. 산간·해안 가릴 것 없이 들어서는 각종 위락시설들과 건물들 그리고 풍력발전기까지…, 과거 여행자들이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바라보던 바다와 오름 등의 자연은 더 이상 없다. 오죽하면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장소 섭외를 나왔던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찍을 수 있는 풍광이 없다"고 푸념하겠는가?
마치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휘둘러댄 개발의 바람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무한질주를 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얻은 것은 지금의 모습이다. 그런데 정녕 우리는 이런 모습을 원했던 것일까? 또한 이런 개발을 통한 이익은 과연 제주도민에게 제대로 잘 돌아간 것일까?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처럼 오름과 곶자왈 등을 깨부수고 얻어진 수익은 어마어마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인한 일자리 창출 역시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민들은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고,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채 실업자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로 연명하고 있다. 더욱이 들썩이는 부동산 가격은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삶의 터전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터전에 대한 전세값이 치솟고 서민들은 점점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로 사회적 갈등요인마저 커져가고 있다.
대도시의 부조리를 벗어나고자 제주를 찾고 이곳에서 위안을 얻어가던 이들이 많았었는데 정작 우리는 그런 부조리한 환경을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로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제주의 풍광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공동체와 삶의 방식까지 잃어버리고 있다. 결국 대도시와 같은 구조와 틀 속에서 그들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냐는 것이다. 삶이 조금 편리해진 점은 있을지 몰라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쟁하듯 땅을 팔아 제치며 아파트 평수 늘리기에 급급하고 있는 우리는 어느덧 피라미드 구조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빌딩의 마천루가 올라가듯 부동산 거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기성 자본이 빠지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제주의 자연과 사람일 것이다. 관광제주,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 좋은 허울도 망가진 제주 안에서 올바로 서긴 힘들다.
제주만이 가진 풍광과 그를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 그리고 이미지는 여느 도시들의 모습과 달라야 그 가치가 있다. 제주의 정체성이 더 이상 흐트러지기 전에 지금의 개발방향과 정책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무엇이 제주의 가치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조미영 여행작가>
도시만 변한 것이 아니다. 산간·해안 가릴 것 없이 들어서는 각종 위락시설들과 건물들 그리고 풍력발전기까지…, 과거 여행자들이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바라보던 바다와 오름 등의 자연은 더 이상 없다. 오죽하면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장소 섭외를 나왔던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찍을 수 있는 풍광이 없다"고 푸념하겠는가?
마치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휘둘러댄 개발의 바람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무한질주를 하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얻은 것은 지금의 모습이다. 그런데 정녕 우리는 이런 모습을 원했던 것일까? 또한 이런 개발을 통한 이익은 과연 제주도민에게 제대로 잘 돌아간 것일까?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처럼 오름과 곶자왈 등을 깨부수고 얻어진 수익은 어마어마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인한 일자리 창출 역시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민들은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고,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채 실업자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로 연명하고 있다. 더욱이 들썩이는 부동산 가격은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삶의 터전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터전에 대한 전세값이 치솟고 서민들은 점점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로 사회적 갈등요인마저 커져가고 있다.
대도시의 부조리를 벗어나고자 제주를 찾고 이곳에서 위안을 얻어가던 이들이 많았었는데 정작 우리는 그런 부조리한 환경을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로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제주의 풍광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공동체와 삶의 방식까지 잃어버리고 있다. 결국 대도시와 같은 구조와 틀 속에서 그들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가 행복하냐는 것이다. 삶이 조금 편리해진 점은 있을지 몰라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쟁하듯 땅을 팔아 제치며 아파트 평수 늘리기에 급급하고 있는 우리는 어느덧 피라미드 구조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빌딩의 마천루가 올라가듯 부동산 거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기성 자본이 빠지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제주의 자연과 사람일 것이다. 관광제주,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 좋은 허울도 망가진 제주 안에서 올바로 서긴 힘들다.
제주만이 가진 풍광과 그를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 그리고 이미지는 여느 도시들의 모습과 달라야 그 가치가 있다. 제주의 정체성이 더 이상 흐트러지기 전에 지금의 개발방향과 정책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무엇이 제주의 가치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조미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