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AI가 눈을 읽는 시대, 그래도 안과 진료가 필요한 이유
입력 : 2026. 05. 20(수) 01:00
김연덕 hl@ihalla.com
[한라일보] AI가 눈을 읽는다. 조금 과장하면, 요즘은 카메라가 눈을 찍고 컴퓨터가 먼저 이상 소견이 의심된다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내과나 건강검진센터에서 안저촬영을 한 뒤 인공지능 분석 결과를 첨부해 안과로 보내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녹내장 의심이라고 나왔는데요." "황반변성일 수 있다는데 괜찮을까요?" 리포트의 빨간 표시와 영어 약자는 환자에게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단처럼 느껴진다.

안저는 눈의 가장 안쪽, 망막과 시신경, 혈관이 보이는 부위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전신질환의 흔적이 나타나기도 하고,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처럼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AI가 이상 신호를 먼저 잡아주는 것은 반가운 변화다. 증상이 없어 검진을 미루던 환자에게 눈도 확인해야 한다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뷰노의 VUNO Med-Fundus AI, 메디웨일의 DrNoon, 아크의 WISKY 등 여러 AI 안저 분석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 사진 한 장에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걸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검진을 미루기 쉬운 당뇨병 환자에게 내과 진료 중 안저촬영과 AI 분석 결과를 보여주면 눈 검진의 필요성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AI 안저검사는 좋은 문지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느끼는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AI 선별검사는 대개 민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병이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는 데 초점을 둔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대가로 특이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변화까지 의심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망막색소상피에 나이에 따른 가벼운 변화가 있거나, 시신경 모양이 원래 조금 특이한 경우에도 AI는 조심스럽게 빨간 깃발을 세운다. 컴퓨터 입장에서는 놓치는 것보다 과하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환자에게는 그 빨간 깃발 하나가 며칠 밤의 걱정이 된다.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은 안저 사진 한 장으로 확진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녹내장은 안압, 시야검사, OCT, 시신경 모양을 함께 봐야 하고, 황반변성은 망막의 단층 구조와 부종을 확인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도 출혈 유무뿐 아니라 황반부종, 허혈, 치료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AI 리포트의 질환명은 환자를 안과로 오게 만드는 안내문일 수는 있어도, 최종 판정문은 아니다.

의학에서 의심은 진단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안과 진료는 사진 한 장을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환자 한 사람의 눈을 종합적으로 읽는 일이다. 같은 안저 사진이라도 나이, 전신질환, 시력, 증상, 과거 검사와 비교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AI는 패턴을 잘 본다. 그러나 어떤 검사가 더 필요한지, 환자의 불안을 어떻게 설명할지는 아직 사람의 영역이다.

AI는 병을 확정하는 판사가 아니라,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불러 세우는 안내자에 가깝다. 기술은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을 지나 환자의 시력을 지키는 일은 결국 안과 전문의의 판단에서 완성된다. AI 시대에도 인간 전문가의 '파이널 터치'는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AI 회사들이 인간 전문가를 채용해 검증 시스템을 '학습'시키려는 이유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의원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98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