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대학교 병원,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다
입력 : 2025. 12. 19(금) 01:00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유전성 희귀질환자 위한 든든한 버팀목, 제주에도 있다
제주 2021년 기준 환자 4730명… 이중 18%가 '유전'
고비용·해석 어려움 유전성 질환 정확한 진단 난제
원격협진 시스템 활용… 고가 검사비용 지원 연계도




[한라일보] 희귀질환은 전국민 중에서 총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의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선 현재 1389개의 희귀질환이 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비유전성 희귀질환과 유전성 희귀질환이 그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희귀질환 유병률 조사에서 2021년 현재 4730명의 희귀질환 환자가 있고 이중 18%가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소아청소년 희귀질환 환자에서만 보면 유전성 희귀질환이 38%를 차지할 정도다. >> 표1

유전성 희귀질환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같은 질환이라도 중증도가 다르기도 하다. 또한 고통과 불편함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유전성 희귀질환은 진단이 매우 어렵고, 정확한 진단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이유는 우선 유전성 희귀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전 진단 검사가 다양하고 검사마다 고비용이 들며, 그 결과의 해석에 큰 어려움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17개 권역에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지정돼 있다.



l 사례1=중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매년 2회 정도 크게 고열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차츰 청력을 잃어갔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서울 소재의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했고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또다시 대학교 1학년 때 고열과 두통이 발생했고 친척의 소개로 제주대병원에 입원했다. 퇴원 후 동일 증상으로 다시 입원했을 때, 담당 교수가 희귀유전클리닉에 의논을 요청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을 이용해 의심되는 표적 유전자들에 대한 유전자 패널검사를 시행했다. 마침내, 면역세포의 염증성 물질 생성에 작용하는 다중 단백질 복합체 성분 중의 하나인 특정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강력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특정한 사이토카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적절히 조절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유전성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극희귀질환이었다.

다행히 이 병은 치료제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돼 있진 않았다. 마침 국내 제약회사에서 도입을 추진하려 해 힘을 보탰다. 드디어 약이 국내에 시판되게 됐다. 1회 피하주사에 1100만원이었고 2개월마다 평생동안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래도 산정 특례가 적용되니 본인 부담은 1회에 110만원이다. 이마저도, 희귀질환 환자는 가정 형편이 중위 소득의 140% 미만이라면 본인부담금 전액을 국가에서 후불로 지원해 준다.



l 사례2=26개월된 여자 아이가 빈혈이 심하고 키가 매우 작고 체중도 크게 적어 제주대병원에 전원됐다. 철결핍성 빈혈이 심하고 혈액 내 주요 단백질인 알부민이 크게 감소돼 있다. 위장관 잠복출혈의 가능성을 고려해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소장 캡슐내시경을 시행했다. 소장 캡슐내시경에서 하부 소장의 한 곳에서만 원형의 표재성 궤양이 발견됐다.

적혈구 수혈 후에 빈혈은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이후 철분제를 매일 먹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빈혈이 점점 더 심해지고 저알부민혈증도 다시 진행됐다. 철분제 정맥주사로 치료법을 바꿨다. 유전성 빈혈을 의심해 유전자 패널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불확실성 변이형들만 확인됐다. 유전질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전장게놈염기서열분석(WGS) 검사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시행했다.

마침내 명백한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한 유전자 안에서 두 곳에서 두 개의 변이가 발견됐다. 추가로 시행한 부모 유전자 검사에서 하나는 엄마로부터, 하나는 아빠로부터 온 유전자 변이였다. 말하자면 엄마와 아빠는 질병은 없지만 이 질환의 유전자 변이를 가진 보인자다. 제주대병원은 이를 질병관리청에 국내의 새로운 희귀질환으로 지정을 신청했고 채택됐다.

두 가지 사례이지만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을 엿볼 수 있다. 과거엔 많은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진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유전성 희귀질환이 어떻게 해서든 진단에 이를 수 있다.

제주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희귀질환센터)은 희귀유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속한 진단을 위해 권역 내 의료진 교육,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교육 및 지원사업, 의학의 발전을 위한 희귀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부족한 인프라는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원격협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큰 환자들을 위해선, 고가의 유전검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지원 프로그램, 민간단체 후원 프로그램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치료비 부담이 큰 환자들을 위해선 '박진영(JYP) 취약계층 치료지원 기부금'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유전성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제주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강기수 제주권역희귀질환전문기관센터장>





“신속 정확한 진단·치료… 특수클리닉·상담 지원도”
희귀질환 관련 협진 체제 지역병원 160곳과 협력 구축


제주대학교병원은 지난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전국 17개 희귀질환 전문기관의 하나로 '제주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에 선정됐다. 2021년 2월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주지역의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 환자 지원을 위한 권역별 거점센터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제주권역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한 결과다.

제주대병원은 희귀질환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 의료진 교육, 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희귀질환 특수클리닉(064-717-1011) ▷희귀질환자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개설 및 재활 치료 연계 ▷환자에 대한 통합 지원 및 홍보 ▷지역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신속한 진단 ▷지역 내 전문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특수클리닉 운영, 전문의료인력 교육, 진료협력체계 확대로 희귀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진단방랑(희귀질환에 대한 정보 및 전문가의 부족 등으로 환자가 진단을 위해 긴 시간 동안 여러 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는 현상) 문제를 해소하고, 권역 내 진단의뢰기관 관리와 지원을 통해 희귀질환 진단·치료·관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 등 지역협력병원 160곳(병원6·의원 152·요양병원 2) 지정과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도내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희귀질환의 관리와 홍보 및 교육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전문가 교육 운영, 희귀질환 워크숍 개최는 물론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 자조모임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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