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관계(關係)
입력 : 2025. 08. 04(월) 03:00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한라일보] 가정폭력·아동학대는 물론 교제폭력과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가 심상찮다. 특히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피·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위한 구속·유치 등 강력 대응하려는 경찰의 움직임도 있으나 현실로선 역부족이다.

올해 5월말 기준, 제주경찰이 지난 1년간 검거한 관계성 범죄 피의자는 584명인 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할 수 있는 구속(15명)이나 유치장 유치(18명)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구속(2.6%)이나 유치장 구금(3.1%) 조치를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언제든지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피해자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문제다.

이러한 관계성 범죄에 따른 2차 피해 방지에 대해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경찰은 범죄 특성상 사건 초기부터 긴급임시(응급) 조치 등 가·피해자 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무관하게 구속·유치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제주경찰은 민감대응시스템, 제주보안관시스템(JSS)을 도입·운영하면서 공백없는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를 포함해 우리나라 여성 1인가구가 400만 시대다. 대부분 피해자가 여성인 점을 고려한다면 갈수록 관계성 범죄는 큰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제폭력은 8만8394건이다. 올해도 5월 기준 3만8777명에 이른다. 반면 검거 인원은 지난해 1만4900명(16.9%), 올해는 5610명(14.5%)에 그쳤다. 교제폭력은 특별법이 없어 형법상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스토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고만 3만1947건이며 올해도 1만4088건에 이른다. 이에 따른 잠정조치 4호인 유치장 구금은 469건(3.3%)에 불과하다. 관계성 범죄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서면 경고나 접근 금지 등 처벌 수준은 빈약하다. 때문에 가해자는 더욱 교묘하면서도 범죄 강도를 높여 피해자를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는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며 우리사회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추가 범행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러한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의 관계성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나 오만에서 비롯된다. '관계'라는 단어는 관계할 관(關)과 맬 계(係)로 짜여졌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친·모친이라 부른다. 여기서 친할 친(親)은 부모가 나무 위에 올라서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을, 혹은 멀리 시집간 딸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연인이라는 단어의 그리워할 연(戀)은 마음의 말을 끊임없이 실처럼 주고받는 관계를 보여준다.

옛 사람들은 이 같은 말들을 그냥 만든 게 아니다. 그속에 품은 속뜻을 헤아린다면 서로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 관계성 범죄 예방은 왜곡된 가해자의 마음을 바로 잡는데에서 시작돼야 한다. 회복될 수 없다면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다. <백금탁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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