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무탄소 도시 제주를 위해
입력 : 2024. 05. 29(수)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한라일보] 오래전 제주는 세계환경수도 대장정을 시작했다.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 세계지질공원의 지정으로 제주는 위상을 높였고, 도민들은 남다른 자부심으로 탄소저감에 동참했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차 민간보급에 참여하며, 요일마다 불편의 제약이 뒤따르던 재활용 분리수거의 실천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시행도 자발적인 동참을 이어왔다.

얼마 전에는 오영훈 지사가 '2035에너지 대전환'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전력에 이어 대중교통과 화물운송, 선박, UAM을 포함한 가정 및 상업용 난방까지 모든 에너지원을 그린수소와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휘발유, 경유 등의 화석연료시대를 종식하고 제주를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사회로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아시아 최초 무탄소도시의 실현,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의 선포는 그야말로 세계가 놀랄만한 일이며 에너지 대혁명의 시발점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우려되는 점도 보인다. 발표된 중단기 계획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증강하고 그린수소 생산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35년 제주의 온실가스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7GW 이상 그린수소 연 6만t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력의 30%를 해저연계선을 통해 육지에서 공급받는 제주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빈번하게 출력제한이 발동되는 것을 전제한다면 발전시설 증대만이 에너지 대전환의 최적안은 아닐 것이다. 발전시설의 확충은 일상적인 주택 및 건축물의 재생에너지 보급 장려와 병행되어야 효과적일 것 같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은 손쉽게 출력제한이라는 비효율적 방법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이미 4만대나 되는 전기차를 활용하여 에너지가 남을 때 저장하고 필요시 방전하는 V2G기술 접목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적해가는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 후 처리도 저장 장치로 재사용까지 상용화되도록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마을과 연계한 중소풍력의 확장도 고민하여 주민 수용성과 공공자원의 환원성을 높여간다면 그동안 풍력사업의 지체 원인이었던 제반 부작용들도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시대적 사명이다. 무탄소도시로 앞서가려는 제주선언은 역사에 남을 일이며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가시적 결과물에 무게를 두고 대형화된 솔루션에만 몰입되면 실현 가능성에 제약을 받는다. 조금은 더디고 조금은 늦더라도 도민들의 이해 속에 저탄소생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산업계와도 연계하는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이 그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고민하고 논의하여 제주의 정체성과 비전에 맞는 장기계획의 수립과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단기 실천전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결정될 분산에너지특구 제주 지정이 긴급한 이유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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