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희의 하루를 시작하며] 사각지대 문화예술
입력 : 2023. 11. 29(수)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한라일보] 매년 연말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특히, 예술인들은 이맘때쯤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신청하기에 매우 분주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유독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주도는 전체 예산 계획에서 긴축 재정을 예고한 바 있으며,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16.3%를 삭감해 200억 넘게 예산이 축소됐다.

필자는 제주시 원도심에서 대안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공간이란, 권위나 상업주의에서 벗어난 비영리 성격으로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예술가들이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을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공간이다. 대안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미술계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함이었다. 예를 들자면 신진 작가, 청년 작가, 신진 큐레이터, 경력 단절 예술인 등 전시 기회를 찾지 못하는 이들과 유의미한 일들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안공간은 비영리로 운영하기 때문에 예산 또한 자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일에 5년간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적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운영 전반을 지원금에 의지할 수는 없으며 최소한 자립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필자는 외부에서 기획, 평론, 강의, 기타 사업에 참여하면서 발생한 수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대부분의 예술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각 예술 분야의 작가들은 대학교나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 '전업' 작가로서 자립하는 것은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신진 예술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나 투잡으로 활동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더해,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레지던시에 입주하거나 공적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지원 제도는 경제적인 도움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인정 시스템'으로도 인식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공모 형식으로 서류 전형 및 면접 심사를 거친다. 경쟁을 통해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며 자신을 후원하는 주체가 정부나 지자체라는 것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감소하면, 지원 제도나 규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경기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처럼, 예술계도 사각지대에 놓인 비주류 예술가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놓인다. 한 해를 갈무리하고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하는 시기에, 예술인들은 더욱 고군분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긴축 재정의 개념은 국가 예산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정책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유지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인다는 개념이다. 도내의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은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도 연결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영역과 계층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긴축 재정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영역이 왜 문화예술 분야여야만 하는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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