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연의 문화광장] 어떤 전시가 제주여야만 하는 당위성
입력 : 2023. 11. 21(화)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한라일보] 제주도립미술관이 첫 번째로 프로젝트제주란 명칭을 달고 진행한 특별기획전 <우리 시대에>는 코로나 상황에 비엔날레가 취소된 상황에서 대체행사로서 마련됐다. 두 번째로 열린 프로젝트제주는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라는 제목으로 팬데믹이 종식되고 안정적인 국제행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제주형 국제특별전으로 열렸다. 다양한 외부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비엔날레가 미처 다루지 못했던 제주의 특수한 상황들을 실험하는 장이었다.

되돌아보니 프로젝트제주를 임기 중에 두 번이나 직접 진행할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직접 기획을 하는 기회는 적은 편이다. 비엔날레를 포함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의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 역할을 미술관의 관장이 하는 일인 건 맞다. 하지만 기획자에게 역량을 펼칠 권한을 주는 것 역시 업무를 분장하고 지역의 기획자들의 역량을 키워야하는 관장의 일이다. 이제 실무자로 돌아갈 일이 조금 설렌다. 큐레이터는 현장에서 작가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만지는 기쁨이 제일이다. 작가와 소통하고 텍스트를 생산하는 등 실무적인 일들을 챙기면서 새삼 깨달았다.

곧 끝날 예정인 <호모 미그라티오>의 도립미술관 관람객이 한 달 반만에 만 명을 훌쩍 넘겼다. 세 곳에 달라는 위성공간의 방문객까지 셈하면, 8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을 전시가 끝나기 전까지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위성공간 포함 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기록한 지난 비엔날레의 성과를 웃도는 성취다. 제주인력으로 꾸린 사무국에서 제주형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비엔날레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수치다. 항공우주박물관, 돌문화공원, 국제평화센터 등, 도립미술관의 기획을 믿고 적극적으로 협업해 준 외부기관의 덕이 크다.

지난 11월 10일에, 도외 지역의 비엔날레 전문가들과 제주지역 미술관계자들을 모시고, 지난 비엔날레를 평가하고, 4회 비엔날레의 발전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임기 중에 치른 비엔날레를 매듭짓는 마지막 행사였다. 비엔날레를 정리하며 비엔날레와 똑같은 횟수로 2회나 치르게 된 프로젝트제주에 대한 고견도 청취했다. 비엔날레는 비엔날레로서 존재하고, 프로젝트제주는 프로젝트제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비엔날레는 애초에 각 지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의 비엔날레이므로, 비엔날레가 더욱더 지역적이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제주의 특수했던 상황과 요구에 맞춰 프로젝트제주는 탄생했다. 이제 비엔날레와 프로젝트제주를 양립할 것인가 통합할 것인가의 과제가 남았다. 어느 방식으로 진행되든 제주미술계가 발전하고, 제주도민들에게 양질의 전시컨텐츠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로 나갈 것이다.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미술관은, 다수가 원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리라 믿는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7년간이나 지면을 내어준 문화광장에도 감사드린다. <이나연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99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