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당찬 맛집 ] '이 가격'에 무한리필? 푸짐한 정식 한 상
◇ 제주시 오라1동 '마라톤식당'
그 이름처럼 운동선수들의 사랑 받아
'무한리필' 정식 8천원·찌개류 6천원
"조금 덜 남기면 되죠"… 인정은 '덤'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입력 : 2022. 11. 09(수) 17:10
제주시 오라1동에 위치한 '마라톤식당'의 정식. 매일매일 주메뉴가 달라진다. 사진=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이모, 잘 먹었어요." 손님 네 다섯 명이 이른 점심을 마치고 일어서며 말했다. 제주시 오라1동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서 '마라톤식당'을 운영하는 박순미 씨가 잘 아는 사이인 듯 안부를 물은 테이블이었다. "저긴 제주도청 태권도 팀이고, 이쪽도 도내 선수들이에요. 곧 전지훈련 팀도 오기로 예약이 돼 있고요." 순미 씨가 말했다.

|운동선수들의 '진짜 맛집'… 도민·관광객 발길도

마라톤식당은 요즘 말로 운동선수들의 '찐 맛집'이다. 가게 한편에 걸려 있는 사인 수십 장이 그 인기를 보여준다. '육상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메달리스트', '마라토너', '태백장사', '수구 국가대표 선수단', '아시안 게임 금메달 창던지기 선수'처럼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다녀갔다.

순미 씨 부부도 운동과 인연이 깊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 김환 씨는 복싱선수였고, 그의 동생은 현재 육상 감독이다. 주인장 부부의 딸도 제주시청에 소속돼 육상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집안 내력을 들으면 '마라톤식당'이라는 가게 이름이 딱이다 싶다. 이 이름도 2010년 문을 열 당시 임관철 현 제주자치도육상연맹 부회장이 지어줬다.

마라톤식당의 메뉴판. 2012년부터 '착한가격' 업소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식당은 찌개류는 6000원만 받고 있다. 메뉴판 옆에 붙은 운동선수들의 사인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선수들만의 식당은 아니다. 이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은 물론 이제는 관광객들도 알음알음 찾는 곳이 됐다. 대표 메뉴는 '정식'이다. 매일 주메뉴를 바꿔 가며 집밥처럼 정갈히 낸다. 월요일에는 두부김치와 계란말이, 코다리찜이, 화요일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생선구이 등처럼 요일마다 다르게 차려내는 식이다. 밥과 국을 빼놓고 상에 오르는 찬 그릇이 10가지나 될 정도로 푸짐하다.

그런데도 정식 가격은 1인당 8000원이다. 게다가 공기밥만 추가 비용을 받고 나머지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찌개류 가격은 더 '착하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만두국은 모두 6000원이다. 2012년 '착한가격' 업소에 이름을 올린 뒤 지금까지 그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만 원 짜리 밥집을 찾기 어려운 요즘, '이게 가능하냐'고 묻는 질문에 순미 씨는 "덜 남기면 된다"며 웃었다.

마라톤식당의 원산지 표시판.
|좋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 "내 자식 먹는 마음으로"

정식 다음 인기 메뉴는 '고사리두루치기'. "제주산 생고사리를 넣는다"는 이 음식은 좋은 재료로 맛을 끌어올렸다. 이게 바로 마라톤식당의 맛의 비결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 비해 음식값이 저렴하지만 재료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 쌀부터 고춧가루, 돼지고기, 김치 등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 모두 국내산이다. 참조기, 삼치 등 생선은 순미 씨의 사촌이 있는 추자도수협에서 공급 받고 있다.

마라톤식당의 메뉴판에는 또 다른 재미가 숨어 있다. '사전예약시 원하시는 요리 주문 가능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메뉴판 대로 저녁에는 메뉴에 없는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운동선수를 위한 저녁으로 닭볶음탕과 부대찌개를 끓여 내고, 손님들이 미리 요청만 하면 없는 안주도 뚝딱 만들어 낸다. 단,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

"내 자식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차린다는 순미 씨. 이 마음을 지키며 지난 10여년 간 마라톤 하듯 이어온 식당이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식당은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오후 8시에 닫는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 매주 일요일에는 쉰다.

마라톤식당의 정식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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