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세상 꽃밭에 선연(善緣)의 향기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2. 01. 20(목) 00:00
며칠 전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3월-2021.11월말)동안 세계인구 99%가 소득이 감소해 1억6000만명 이상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했고, 경제적 불평등·의료 수준 양극화 속에 전 세계에서 4초마다 1명씩 숨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코로나로 우리생활이 핍박하여 가뜩이나 우울한 가운데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는 많은 이들을 본다. 나이가 들수록 생의 끝자락을 살펴보는 일이 자연스럽다.

"죽음이란 무엇이며 삶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이는 동서를 불문하고 산자의 근원적 물음이었다. 공자는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종교적 신념을 불문하고 장엄한 죽음에 대한 장자(莊子)의 생각은 단순명료하다. 우주는 기(氣)로 채워져 있는데, 인간의 생명은 기가 모인 것이며 죽음은 그 기의 흩어짐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곧 정신이 형체를 떠나려할 때 몸도 함께 따라 무(無)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게 도(道)로의 위대한 복귀라 하고 있다.

죽음은 인간 실존의 피할 수 없는 불안의 종지부로서 누구나 겪을 평등한 삶의 끝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도래하는 생기소멸의 법칙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음에 늘 감사하며 현실에 충실해야하는 '삶의 이유'를 역설적이게도 죽음에서 찾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질 않는 편이다. 오히려 죽음 자체를 기피해서 "무슨 방정맞게 죽는 얘기냐?"고 핀잔주기가 일수다. 죽음에는 천수(天壽)를 다한 죽음도 있지만 병들어 죽거나 사건·사고로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도 있다. 예기치 않은 이별은 참으로 황망한 일이다. 죽는 일도 산자와 이별하는 일이라,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에게 향기가 있듯이 죽음에도 향기가 있다. 죽음의 향기란 세상에 아름답게 남겨 놓은 생의 흔적이다. 역사에는 영광스럽게 향기를 피운 자들도 있고, 치욕스럽게 악취를 남긴 자들도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형제, 친구, 이웃, 사람과 사람 사이는 돈독한 믿음으로 얽혀야 삶의 향기를 만든다. 세상에는 선연(善緣)도 있고 악연(惡緣)도 있다. 우리 사는 세상은 선연의 향기로 가득차야 한다는 걸 말해 무엇 하랴?.

얼마 전 향기 있는 지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급작스런 이별에 세상사는 일이 야속하다. 시인 천상병은 그의 시'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읊고 있다. 이 힘든 시국에 서둘러 소풍 끝낸 망자의 향기가 세상 꽃밭에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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