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현장시선] 61년 동안 평생 어부바를 실천해온 신협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1. 05. 07(금) 00:00
5월 1일은 한국신협이 이 땅에 태동한지 61주년이 되는 날이다.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49년에 독일에서 처음 생겨난 신협은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협은 부산의 성가신협으로 1960년 5월 1일 미국 태생의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에 의해 설립됐다. 이는 큰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당시 부산은 6·25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난과 불신의 풍조가 개인과 사회에 만연했다. 이에, 사람들은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살아가면서 '밥'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고, 오로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는 가족뿐이었던 협동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시대적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고향과 전답을 버리고 온 피난민들이 험악한 객지에서 '서로 믿고 살자'면서 자금을 모으고 운영해 그 이익을 나눠 갖자는 배당의 논리가 신뢰를 얻으면서 신협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제주지역 신협은 1962년 천주교 한림교회 주임신부였던 고(故) PJ.맥그린치 신부(한국명 : 임피제)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어느 한 신자가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상부상조형 은행을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설립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도내 전지역으로 확산됐다.

신협은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도민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이처럼 지역민들에게 평생 어부바 정신을 실천해온 한국 신협은 지난달 말 기준 자산 113조 4000억원으로 아시아 1위, 전세계 4위의 성과를 이뤄냈다. 한편, 제주지역 신협은 1962년 자산 5200원으로 시작해 현재 29개 신협, 60개의 영업점으로 확대됐고, 자산 4조 812억, 조합원 수 23만 3600여 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작년엔 배당금으로 도민(조합원)에게 80여억 원을 환원하는 등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은행과 신협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은행의 주인은 주주이지만, 신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주인이자 경영자이며 이용자로서, 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총회를 통해 직접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둘째, 은행은 지분율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신협은 1인 1표제로써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셋째,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국외로 순이익이 유출되는 은행과 달리 신협의 이익은 출자배당, 복지사업 등을 통해 모두 조합원에게 되돌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이런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금융협동조합의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신협은 작년 10월 22일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축복장을 받았다. 7대 포용금융을 비롯한 서민과 소외계층과 같은 약자를 돕고 금융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신협은 경제적 약자들이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 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61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사람'이라는 가치만큼은 절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서민과 지역사회를 '평생 어부바' 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협동조합으로서 정직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신협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허영진 신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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