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읍면지역에서 문을 닫았던 학교가 젊은 가족과 학생,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공간으로 다시 쓰인다. 폐교를 공공임대주택과 교육공간으로 묶어 재생하는 복합개발 방식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제주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9일 도청 삼다홀에서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생 수 감소가 이어지는 읍면지역에서 주거·교육·지역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사업 대상지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체육용지와 서귀포시 대정읍 옛 무릉중학교 두 곳이다. 올해 주민설명회와 협의체 구성을 거쳐 최종 확정됐으며, 2028년까지 두 곳 모두 '내일마을 공공주택'으로 조성된다. 총 60여 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과 교육시설, 주민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송당리 체육용지(1만 624㎡)에는 3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과 주민공원이 조성된다. 송당초등학교까지는 도보로 약 500m로, 취학연령대 자녀를 둔 가구 정착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옛 무릉중학교(1만 4581㎡)에는 기존 학교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교육공간으로 유지한다. 여기에 임대주택 30여 가구와 공원을 더한다. 무릉초·중학교와는 50m 거리로, 학생 수 증가에 따른 학교 활력 회복도 기대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주도는 복합개발 공급방안을 마련하고 리모델링·공원 조성 등 일부 사업비를 지원한다. 제주도교육청은 부지를 제공하고, 유상 이관으로 받은 토지비를 시설비로 재투자해 완공 후 교육시설 운영을 맡는다. 제주개발공사는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다.

총사업비는 191억원이며, 내년 1월 기획설계를 시작해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에는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세부 개발계획을 다듬는 과정이 진행된다. 폐교 본래 구조를 얼마나 보존할지, 주민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 지역 의견이 설계에 반영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폐교에 다자녀 가족이 들어오면 아이들이 늘고, 아이들이 늘면 학교가 살아난다. 학교가 살아나면 마을 전체가 되살아 난다"며 "주택·교육·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공간 조성으로 입주민과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으로 되돌려주는 이번 사업이 제주 읍면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이번 업무협약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연결고리가 더욱 견고해지는 출발점이 돼 송당리, 무릉리 마을 전역에 아이들이 웃음소리가 울려 퍼져 지역사회가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협약기관이 함께 방향을 맞추고, 각자의 역할을 나눠 책임있게 참여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제주개발공사는 도와 도교육청이 마련한 큰 틀 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을 꼼꼼히 추진, 지역과 주민께 누가 되지 않는 공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정부의 '공공 유휴부지 활용 주택공급 확대'와 '소멸위기지역 재도약 지원' 정책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 10월 '폐교 활용 활성화를 위한 중앙-지방 업무협약'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폐교 활용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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