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견→연결→관리… 제주가 그리는 '생명안전망'
입력 : 2026. 09. 08(화) 10:54수정 : 2026. 09. 08(화) 11:33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cosorong@ihalla.com
[제주, 생명존중도시로 나아간다]<3>제주형 생명안전망
2017년부터 예방정책… 악화된 지표 작년 첫 종합대책
정신건강 넘어 경제·고용·건강·고립 등 복합위기 대응
발견 이후 관리 한계·사각지대… 지역사회 공동 과제로
2025년 10월에 나온 '자살위험 없는 Safety(세이프티) 제주 자살예방 종합대책'과 '당신에게 필요한 건 마침표가 이닌 쉼표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요'라는 문구가 담긴 자살예방 현수막.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이라는 제주도의 아픈 지표는 지역의 자살예방정책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시·도별 자살사망자 수와 자살률 현황(잠정치)'에서 제주지역 자살률이 전국 1위로 나타나면서다. 2023년 전국 네 번째로 높았던 자살률보다도 악화된 지표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그 심각성을 엄중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과 '제주특별자치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에 따라 2017년부터 매년 자살예방시행계획을 수립해온 제주도는 기존 정책과 대응체계를 다시 점검했다. 이후 약 3개월간 전문가와 현장실무자,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모아 지역의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2025년 10월 '자살위험 없는 Safety(세이프티) 제주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내놨다. 제주지역의 자살 문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응하겠다는 도 차원의 첫 종합대책이다.

l 생명안전망, 무엇을 담았나

종합대책에는 2029년까지 도내 자살률과 자살사망자 수를 2024년(자살률 인구 10만명당 36.3명·자살사망자 243명) 대비 30% 줄이기 위한 목표가 담겼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추진 기반 강화, 생명존중문화 확산, 정신건강검진 접근성 제고, 자살위기 대응·관리체계 강화, 고위험군 맞춤형 지원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5년간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대책으로는 생명존중안심마을 확대, 경제·고용·정신건강을 아우르는 통합안전망, 상담·사례관리 인력 확충, 정신응급의료센터 응급병상 단계적 확충 등이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부분은 자살위기 대응체계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기존에는 자살예방을 정신건강 분야만의 과제로 여겨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상담과 사례관리 등 정신건강 서비스에 중점을 둬왔다. 그러나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고용·건강·사회적고립 등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면서, 자살예방을 한 기관의 역할에만 맡기기보다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제주도의 자살예방 시스템은 '위기대상자 발견→위험도평가·위기개입→상담·치료→복지·경제 등 서비스 연계→지속적 사례관리'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 경찰·소방, 마을, 복지기관, 학교, 민간단체, 생명지킴이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주민들이 참여한다.

김미야 제주도 안전건강실 건강위생과장은 "종합대책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자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발견된 도민을 실제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정신건강 상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고용·금융복지서비스로,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으로 연결하는 등 개인의 위기요인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ㅣ'촘촘한 연결망' 가능할까

제주도가 그리고 있는 '제주형 생명안전망'의 핵심은 위기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자살위험이 있는 도민을 실제 위기상황에 이르기 전에 지역사회가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에 있다.

제주는 남성·40대·80세 이상 등 특정 계층에 위기신호가 집중되고 있는데다, 2024년 자살동기 가운데 '경제생활 문제(39.9%)'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정신건강 문제와 신체질환, 사회적고립 등이 겹치는 복합위기군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종합대책이 추진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복합적인 위기를 겪는 고위험군을 충분히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이다. 위기신호를 발견하는 단계부터 상담과 치료, 경제·복지·고용 등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기관 간 협업과 함께 이를 실제 현장에서 작동시킬 전문인력과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역시 이를 보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홍연지 정신건강팀장은 "현장에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서비스로 연결하는 체계와 발견 이후 지속적인 사례관리, 기관 간 연계와 전문인력 확보 등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이라며 "대응·관리 과정에서 여전히 사각지대와 한계가 있지만, 종합대책 수립 이후 도민의 삶 속에서 위험요인을 먼저 발견하고 각 분야의 지원서비스를 함께 연결하는 대응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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