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에게] 그곳에선 좋아하던 음악 마음껏 들으며 행복하세요
입력 : 2026. 05. 14(목) 20:00
김준규 hl@ihalla.com
故 현동헌 전 JIBS 편성제작국장
[한라일보] 며칠 전 누가 물었습니다. "왜 굳이 음악을 레코드판으로 듣느냐"고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추억이란 시간의 이름 위에 바늘 하나를 살짝 올려놓는 일이라고. 오늘은 '동헌이 형'이라는 추억 위에 바늘 하나를 올려놓고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서울 음악다방에서 DJ를 하다 제주로 내려왔던 시절, 아무 연고도 없던 나를 먼저 알아봐준 사람이 형이었습니다. 제주 음악다방들이 낯선 사람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던 때, 가락지에서 DJ를 보던 나를 지켜보다 둘반으로 불러준 사람도 형이었지요. 반짝이던 청춘 시절, 나는 DJ라는 일상 속에서 수없이 형에게 질문을 던졌고 형은 늘 따뜻하게 받아주었습니다. 술 한잔하며 "왜 난 잘하는 게 없냐"고 투정부리던 내게 "넌 잘하고 있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던 형이었습니다. 라디오를 해보라며 방송국 PD를 소개해준 것도, 케이블 방송 VJ를 권해준 것도 형이었습니다. 이후 형은 PD로 일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평소 말을 더듬던 형이 DJ 부스에만 들어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한 달 전 형은 "넌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고 했고, 나는 "건강해져서 다시 보면 되지"라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형,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좋아하던 음악 마음껏 들으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 그때는 형이 먼저 좋은 음악 한 곡 틀어주십시오.

<현동헌 전 JIBS 편성제작국장의 후배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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