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파반느] 사랑과 용기
입력 : 2026. 03. 09(월) 03:00수정 : 2026. 03. 09(월) 07:36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영화 '파반느'
[한라일보] 사랑을 선택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더 많은 용기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된다. 분명 내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 있을 용기는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왜일까, 무엇이 두려워서 일까. 사랑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랑에게는 용기가, 용기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안다고 말하는 용기와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사랑으로 가득한 영화 '파반느'를 봤다.

외로운 세 사람이 만난다. 백화점의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는 요한(변요한), 경록(문상민), 그리고 주로 지하 창고에 머무는 미정(고아성)은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세상과는 괴리가 있다고 느끼는 각자들이다. 그들이 가까워진다. 누군가가 다가서기 때문이고 그때 누군가의 어두운 마음에 빛이 들어와서 가능해지는 일들이다. 미정은 외톨이를 자처한다. 낯빛이 어둡고 무리 속에 섞여 들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미정에게 경록이 용기를 낸다. 호기심은 관심이 되고 관심을 만드는 것들이 그저 호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록이 먼저, 미정이 그 뒤에 알게 된다. 마주침이 기다려지는 일이 됐을 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낸 용기 위로 사랑이 자리 잡는다. '파반느'는 사랑 이야기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파반느'에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가 있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영원할 것이라는 오해…"로 이어지는 소설 속 문장을 따온 대사다.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사랑을 이뤘다는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오해의 연속이 사랑의 과정 안에서 발생할 때 몰랐던 것을 다시 알아가기 위한 용기가 새롭게 필요한데, 우리는 종종 한 번 꺼내든 용기가 더 이상 유효할 리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용기 위에 자리 잡았던 사랑 위로 오해가 무겁게 내려앉는 모양을 이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파반느'의 세 사람도 결국 오해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파반느'는 마주침과 떨림, 부딪힘과 안김, 멀어짐과 기다림, 환희와 고통을 차근차근 바라보는 영화다.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서사임을 알고 있는 영화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형식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이 서사의 중심이라면 인물 쪽에 치우친 채로.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세 사람이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어둠 속에 빛처럼 다가왔던 타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소중히 여겼던 마음이 또 다른 형상으로 남는다. 사랑을 기억하는 일 또한 용기를 내는 일이라 믿는다.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는 오해'라는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의 뒤에서, 다른 한 사람의 뜨겁고 진실했던 것들이 영원히 용기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축복이기를 바란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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