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보여주는 비엔날레에서, 예술을 만드는 비엔날레로
입력 : 2026. 10. 22(목) 03:00
양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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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한창이다. 지역축제가 제주의 삶과 전통을 지키는 무대라면, 비엔날레는 그 유산에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무대여야 한다. 지역축제가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간다면, 비엔날레는 그 기억을 동시대의 언어로 바꾸어 세계와 대화해야 한다. 두 행사의 차별성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지역축제와 비엔날레를 연결해 관람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삶이 예술을 낳고, 그 예술이 다시 제주를 새롭게 만드는 것. '제주에서만 가능한 비엔날레'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을 주제로 유배의 역사와 돌문화, 제주 신화와 민요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 공간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제주돌문화공원과 원도심으로 확장했다.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전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힘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축제와 비엔날레의 관계도 중요하다. 탐라문화제가 전통 민속과 설화, 굿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간다면, 비엔날레는 이를 동시대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해녀의 노동과 바다, 마을의 신화와 의례, 농경과 바람은 현대미술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두 행사를 단순히 연계해 관람객을 늘리기보다 지역문화가 예술창작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가 제주에 머물며 오름과 곶자왈, 해안과 마을을 경험하고 그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작품을 제작하도록 해야 한다. 지형과 풍경, 기억과 삶이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개입할 때 제주만의 예술이 탄생한다. 기획의 출발점에는 "왜 이 작품은 제주에서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놓여야 한다.

지역 주민도 단순한 관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해녀와 농어민, 마을 주민, 청년과 지역 예술가가 조사와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4제주의 기억과 생활문화는 단기간에 소비할 소재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경험과 목소리를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제주 작가와 국내외 작가의 공동 연구와 창작을 지원하고,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레지던시와 지역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

성과 역시 관람객 수나 유명 작가의 참여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제주에서 어떤 작품과 담론이 만들어졌는지, 지역사회와 예술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성과가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으로 남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결국 제주비엔날레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제주만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힘에 있다. 예술을 제주에 모으는 데 그칠 것인가, 제주에서 세계가 주목할 예술을 만들어낼 것인가. 제주를 전시하는 비엔날레에서 제주가 예술을 생성하는 비엔날레로. 그 전환이 이루어질 때 제주비엔날레는 다른 도시를 뒤따르지 않고 제주만의 길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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