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 먹이고 기도하고 사랑하기
입력 : 2026. 07. 13(월) 03:00
진명현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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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
[한라일보] 좀비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좀비가 슬픈 이유 또한 동일하다. 좀비는 죽지 않아서 나를 위협하는 존재지만 아직 죽지 않아서 애도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죽지 않았지만 살아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좀비가 된 내 사람을 우리는 곁에 둘 수 있을까. 방금 전 까지 인간의 언어로, 내 곁에 머무는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던 이가 순식간에 다르게 변했다고 해서 당연히 내가 모르는 이가 되는 것을 쉽사리 납득할 수 있을까. 나의 안전과 안위와는 다른 측면의 마음들이 작동하지 않을 리 없다. 그가 나를 죽여도 사랑하겠다는 마음이 거짓일리도 없다. 분명히 전과 다른 존재로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 또한 발견할 수 있고 회복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애틋한 존재로서의 좀비를 다룬 작품이 있다. 김은영 감독의 장편 영화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장르 영화의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김은영 감독의 전작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연장 선상에 있는 공동체 내부의 소동극이자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크다고 믿는 낙관의 이야기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 선우(김연교)는 남편 병진(신진영)과 함께 병진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고즈넉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한적한 마을에는 좀비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어느 날 산에서 개에게 물린 선우는 그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순식간에 좀비로 변해가는 아내 선우 앞에서 병진의 선택은 완전히 변하지 않은 선우를 돌보는 것이다. 먹이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이 좀비가 된 선우를 위한 병진의 처방이자 약속이 된다. 병진은 선우의 바이러스를 늦추는 것만 같은, 선우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생존 레시피를 개발한다. 그 결과로 벌레와 꽃이 한데 놓인 기이하고 사랑스러운 음식이 선우 앞에 놓인다. 선우는 사람을 무는 대신 음식을 먹는다. 좀비로서의 정체성이 병진의 음식 앞에서 주저하는 것처럼. 그리고 병진의 이 레시피는 좀비 바이러스와 함께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다. 좀비로 변한 가족을 숨겨둔 이들이 병진을 찾아 온다. 레시피의 전파로 인해 이 마을에서는 죽지 않은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좀비 바이러스와 생존 레시피가 공존하는 소문의 낙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우울과 좀비 그리고 브런치'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충돌하는 제목처럼 일반적인 좀비 장르의 영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방향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속 좀비들은 따로 떨어져 그들의 살던 집에서 돌봄의 존재로 보호 받으며 생존을 이어간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를 경유하며 독립적 장르로 발전해가고 있는 좀비물의 자장 안에서 이단아가 가까운 존재들이다. 생각해본다. 어느 날 사랑하는 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해간다 그런데 그의 변화가 생각보다 지연되어 나에게 관찰의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알던 그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채로 그가 나를 본다. 마치 나쁜 병에 걸려 자신을 조금 잊어 버린 것 같은 눈으로.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좀비를 절멸 시키는 방향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비를 절멸 시킨다는 말 안에는 스스로 아직 사랑하고 있는 감정 모두를 잊겠다는 약속이 수반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럴 수 있는 만용이 사랑을 멈출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절로 생길 리 없다. 결국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헤매고 불안과 불면의 밤들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동력이 사랑이기 때문에.
좀비 장르에서 이탈해 마을에 터를 잡은 이상한 좀비 영화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좀비고 뭐고 바이러스고 뭐고 너와 내가 아직 여기 함께 있는데 그거면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냐교, 만일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세상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아니 우리의 세상은 여전히 여기 우리 곁에 있고 바뀌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무엇을 그리 걱정 하냐며 그렇게 멸종하지 않을 러브레터를 스크린에 써 내려간 영화다. 당신의 우울증도, 좀비가 된 당신도 나에겐 그저 당신의 일부일 뿐이라는 말이 오직 사랑하는 자가 할 수 있는 전부의 태도이기에.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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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0회를 맞은 장르 영화의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김은영 감독의 전작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연장 선상에 있는 공동체 내부의 소동극이자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크다고 믿는 낙관의 이야기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 선우(김연교)는 남편 병진(신진영)과 함께 병진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고즈넉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한적한 마을에는 좀비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 어느 날 산에서 개에게 물린 선우는 그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순식간에 좀비로 변해가는 아내 선우 앞에서 병진의 선택은 완전히 변하지 않은 선우를 돌보는 것이다. 먹이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이 좀비가 된 선우를 위한 병진의 처방이자 약속이 된다. 병진은 선우의 바이러스를 늦추는 것만 같은, 선우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생존 레시피를 개발한다. 그 결과로 벌레와 꽃이 한데 놓인 기이하고 사랑스러운 음식이 선우 앞에 놓인다. 선우는 사람을 무는 대신 음식을 먹는다. 좀비로서의 정체성이 병진의 음식 앞에서 주저하는 것처럼. 그리고 병진의 이 레시피는 좀비 바이러스와 함께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다. 좀비로 변한 가족을 숨겨둔 이들이 병진을 찾아 온다. 레시피의 전파로 인해 이 마을에서는 죽지 않은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좀비 바이러스와 생존 레시피가 공존하는 소문의 낙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는 '우울과 좀비 그리고 브런치'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충돌하는 제목처럼 일반적인 좀비 장르의 영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방향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울한 좀비와 브런치>속 좀비들은 따로 떨어져 그들의 살던 집에서 돌봄의 존재로 보호 받으며 생존을 이어간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를 경유하며 독립적 장르로 발전해가고 있는 좀비물의 자장 안에서 이단아가 가까운 존재들이다. 생각해본다. 어느 날 사랑하는 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해간다 그런데 그의 변화가 생각보다 지연되어 나에게 관찰의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알던 그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채로 그가 나를 본다. 마치 나쁜 병에 걸려 자신을 조금 잊어 버린 것 같은 눈으로.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좀비를 절멸 시키는 방향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비를 절멸 시킨다는 말 안에는 스스로 아직 사랑하고 있는 감정 모두를 잊겠다는 약속이 수반 되어야 할 것인데 그럴 수 있는 만용이 사랑을 멈출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절로 생길 리 없다. 결국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헤매고 불안과 불면의 밤들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끝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동력이 사랑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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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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