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훈의 한라시론] 불멸의 신성가족과 반헌법행위자들
입력 : 2026. 05. 07(목) 01:00
김양훈 hl@ihalla.com
[한라일보]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막을 내린다. 이번 국조특위에 불려 나온 검사들의 증언 행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조직적 저항'과 '거짓 증언'이 많았다. 심지어 증언을 거부하는 검사도 있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들이 속한 '사적 세력'이 앞으로도 공적인 법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그들의 증언 장면을 지켜보면서 두 편의 저작이 생각났다. 법조 출신 김두식 교수가 쓴 '불멸의 신성가족'과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가 주편집인이 돼 펴내고 있는 '반헌법행위자 열전'이 그것이다.

'불멸의 신성가족'은 법조계를 욕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내부자의 시선과 외부 관찰자의 객관성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법조계 관계자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쓴 '대한민국 사법 부패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책 제목인 '신성가족'은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폐쇄적인 카르텔을 말한다. 저자인 김두식 교수는 전직 검사이자 법학자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외부인은 쉽게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 일반직 공무원, 경찰, 변호사 사무실 직원, 신문기자, 교수, 철학자, 시민단체 간사, 결혼소개업자, 비정규직 노동운동가, 각종 소송 경험자 등 스물세 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리해 분석했다.

그들의 '신성(神聖)'은 법률 지식이 유별하게 해박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특유의 학벌과 지연, 그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라는 촘촘한 그물망이 그들을 하나의 거대한 '가족'으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이 가족 안에서는 법보다 의리와 연줄이, 정의보다 동료애가 우선시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끼리끼리 문화가 만든 견고한 성벽"이라 정의한다.

또 하나의 책 '반헌법행위자 열전'은 총 12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 5명, 정치판사 27명, 정치검사 49명 등 모두 81명의 반헌법행위자가 실린 네 권이 먼저 서점에 출시된다.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는 1차 발표한 반헌법행위자 중 312명을 추려내 명단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제주4·3' 관련 국가폭력 가해자 아홉 명의 이름이 실렸다. 이승만 대통령, 조병옥 미 군정 경무부장, 홍순봉 제주도 경찰국장, 송요찬 9연대장, 함병선 2연대장, 채병덕 국방부 참모장, 탁성록 9연대 정보참모, 문봉제 서북청년단 중앙위원장, 김재능 서북청년단 제주지부장이 그들이다. 함세웅 신부는 '반헌법행위자 열전'의 간행을 두고 "가해자의 이름을 역사에 영구히 박제하는 기억의 형벌이며, 부끄러움의 통지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헌법행위자 열전'이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폭력을 기록했다면, '불멸의 신성가족'은 국가폭력의 도구가 됐던 사법 체계가 오늘날 어떤 세련된 형태의 특권으로 남아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춘추필법, 역사의 눈은 오늘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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