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하나 그리고 둘] 인생과 영화
입력 : 2026. 01. 12(월) 03: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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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그리고 둘'
[한라일보] 곤란한 질문이 있다.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라는.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나 큰 영향을 끼친 영화를 묻는 질문 같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 취향을 탐색하려는 시도 같기도 한데 어쩐지 흔쾌히 한 편의 영화를 골라 타인 앞에 꺼내 놓기가 어렵다. 그 한 편이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데다 영화 보다 인생 쪽으로 늘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어서 후자를 고민하느라 시간이 흘러서 이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말이 그렇게 크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의 어디쯤 멈춰선 채 대답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새로 태어난 영화들은 계속 인생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과연 운명 같은 만남은 이 생에 이루어질까. 영화와 인생이 정확한 지점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품인 <하나 그리고 둘>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이 지난 12월 31일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 <해탄적일천>, <공포분자>, <독립시대>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차이밍량 감독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수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작품이고 각종 영화 매체에서 명작 리스트 반열에 오르는 영화이기도 하다. 20대의 언젠가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좀 심심하다고 느꼈었다. 그때는 장장 3시간에 달하는 상영 시간 동안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삶을 그려내는 영화의 순간들이 다소 범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은 확연히 내 삶과 다른 것들에 매료되던 시기였다. 낯설고 강렬한 자극들로 이루어진 영화들에 속절없이 끌리곤 했다. 동아시아의 어딘가를 살아가며 나와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가 이토록 마음을 울리게 만들 줄은 첫 관람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긴 시간이 흘러 다시 아니 처음 마주했다고 해도 무방할 <하나 그리고 둘>은 한 편의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대한 한 그릇 같은 작품이었다. 비슷한 구석이 있는 외양을 한 하지만 각기 다른 성향과 방향을 갖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향한 정성과 점성으로 뒤엉킨 채 수북하게 담긴 그러나 넘치지 않는 한 그릇. <하나 그리고 둘>의 재관람은 그 한 그릇을 온전하게 즐기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요약이 불가능한 인생을 끝내 한 장면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 그래서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엔딩을 마주하면서 느낀 포만감에 나는 앞으로도 여러 번 <하나 그리로 둘>과 함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는 장례식장에서 엔딩을 맞는다. 그 사이 수많은 인물들의 삶이 세월을 타고 흐른다. 막을 수도 없고 막히지도 않는 인간사의 흐름이 이어진다. 영화의 마지막에 시작과 같은 모습을 한 이는 아무도 없다. 가족 중 누군가는 공동체를 떠났고 어떤 이는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와 마주하며 누군가는 생의 신비를 알아가고 누군가는 삶과 작별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주하며 묵묵하게 제 자리를 지킨다. 그렇게 각각의 인생들이 서두르지 않고 쌓여 끝내 거대한 양감으로 다가온다. 그 부피감의 실체를 전하는 영화의 순간들이 스크린에 차곡차곡 수놓아진다. 마치 자수로 수놓아진 동그라미처럼 이어지는 인간사의 순환을 정성스레 담아내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스크린에 포개지는 것 같다.
나는 나로 인생을 살아가며 타인과 마주한다. 나의 세계는 간혹 넓어지기도 하지만 끝내 나로 귀결되는 좁은 통로 안에 머물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창작된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를 얻는다. 그때마다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단정이라는 섣부른 벽들을 두드리며 그렇게 열린 문을 통해 각각의 인생들로 구성된 세상의 신비와 마주한다. <하나 그리고 둘>속 인상적인 대사들 중 유독 마음에 남는 대사는 '인간이 영화를 발명한 뒤 인간의 수명이 3배 늘었다. 일상을 통해 얻는 경험 말고도 영화를 통해 2배의 삶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라는 대사다. 이 말은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정표와도 같은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어긋나고 부딪히며 나란히 갈 것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삶들을 발견해가며, 그렇게 인생을 담은 영화들과 기꺼이 마주하면서 귀중한 인생을 최선의 넓이로 살아낼 것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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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품인 <하나 그리고 둘>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이 지난 12월 31일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 <해탄적일천>, <공포분자>, <독립시대>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차이밍량 감독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수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작품이고 각종 영화 매체에서 명작 리스트 반열에 오르는 영화이기도 하다. 20대의 언젠가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좀 심심하다고 느꼈었다. 그때는 장장 3시간에 달하는 상영 시간 동안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삶을 그려내는 영화의 순간들이 다소 범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은 확연히 내 삶과 다른 것들에 매료되던 시기였다. 낯설고 강렬한 자극들로 이루어진 영화들에 속절없이 끌리곤 했다. 동아시아의 어딘가를 살아가며 나와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가 이토록 마음을 울리게 만들 줄은 첫 관람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긴 시간이 흘러 다시 아니 처음 마주했다고 해도 무방할 <하나 그리고 둘>은 한 편의 영화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대한 한 그릇 같은 작품이었다. 비슷한 구석이 있는 외양을 한 하지만 각기 다른 성향과 방향을 갖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향한 정성과 점성으로 뒤엉킨 채 수북하게 담긴 그러나 넘치지 않는 한 그릇. <하나 그리고 둘>의 재관람은 그 한 그릇을 온전하게 즐기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요약이 불가능한 인생을 끝내 한 장면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 그래서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엔딩을 마주하면서 느낀 포만감에 나는 앞으로도 여러 번 <하나 그리로 둘>과 함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식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는 장례식장에서 엔딩을 맞는다. 그 사이 수많은 인물들의 삶이 세월을 타고 흐른다. 막을 수도 없고 막히지도 않는 인간사의 흐름이 이어진다. 영화의 마지막에 시작과 같은 모습을 한 이는 아무도 없다. 가족 중 누군가는 공동체를 떠났고 어떤 이는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와 마주하며 누군가는 생의 신비를 알아가고 누군가는 삶과 작별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주하며 묵묵하게 제 자리를 지킨다. 그렇게 각각의 인생들이 서두르지 않고 쌓여 끝내 거대한 양감으로 다가온다. 그 부피감의 실체를 전하는 영화의 순간들이 스크린에 차곡차곡 수놓아진다. 마치 자수로 수놓아진 동그라미처럼 이어지는 인간사의 순환을 정성스레 담아내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스크린에 포개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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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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