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목숨 걸고 건너야 했던 ‘도해’의 험난함
입력 : 2025. 09. 26(금) 02:30수정 : 2025. 09. 26(금) 09:42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제주문학총서 『제주고문선 1』
[한라일보] "나그네의 목숨은 뱃사공에게 맡겼고 한점 한라산의 묏부리는 어렴풋한데 날 저물어 폭풍이 불어닥친 바다 위에 서있으니 그 누가 표주박 같은 배가 건너는 걸 도와줄까?"

우암 남구명이 쓴 '남정일기'에 기록된 '도해(渡海)' 속 한 구절이다. 1712년(숙종 38년)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남구명이 해남에서 배에 올라 바다를 건너 제주 관아에 도착할 때까지의 5박6일간의 노정을 담은 일기다. 그가 풍랑에 요동치는 제주바다를 목숨 걸고 건너야 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남구명은 제주로 오는 과정에서 폭풍으로 두 차례 생사를 염려해야 하는 고비를 맞는다. 돛이 나뭇잎처럼 찢어지고, 좌우 갑판의 구멍으로 배에 물이 들어와 사람들이 놀라서 두려워 허둥지둥 물을 퍼내는 다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1601년(선조 34년) 제주에서 발생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안무어사로 파견된 청음 김상헌이 약 6개월의 제주도 방문기를 일기체 형식으로 쓴 '남사록' 속 '도해'라는 글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담겼다. 김상헌이 제주로 들어오고 나갔던 바닷길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제주로 출발할 때나 후에 육지로 돌아올 때 모두 거센 풍랑으로 표류 위험에 처한 그는 최부의 '표해록'을 인용해 자신도 표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절절히 기록했다.

이처럼 제주문학관이 최근 펴낸 제주문학총서 '제주고문선 1'에는 조선시대 제주에 파견된 어사나 지방관 등이 목숨을 걸고 부임해야 하는 도해의 험난함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제주 관련 명문을 집대성 한 '제주문학총서'의 첫 번째 책으로 펴낸 이 총서에는 '도해'와 같이 조선시대 제주에 부임한 목민관과 어사, 유배인, 유람객 등 옛 선인들이 남긴 기록 중 문학성이 뛰어나고 제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글 50편이 실렸다. 상소문과 서문, 기문, 발문, 상량문, 묘표, 전기, 유람기 등 총 14종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김상헌과 남구명의 '도해'를 비롯해 권흠과 이수복의 '한라산제문' 등은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또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과 함께 해설을 나란히 실었다. 김익수, 오문복, 홍기표, 백규상 등 4명의 전문가가 글을 엄선하고 번역, 역주 작업을 맡았다.

이 총서는 제주문학관 누리집 자료실에서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 있으며, 제주문학관은 이를 시작으로 제주문학사 정립을 위한 '제주문학총서'를 매년 발간할 예정이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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