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관광극장 철거 건축단체 등 반발로 중단
입력 : 2025. 09. 22(월) 19:19수정 : 2025. 09. 22(월) 19:23
문미숙기자 ms@ihalla.com
서귀포시, 안전상의 문제로 지난 19일부터 철거 시작
건축 단체 등에선 "제주 근현대 건축 자산 허무는 일"
서귀포시 원도심에 위치한 옛 서귀포관광극장 정면.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서귀포시가 지난 19일부터 철거를 시작한 옛 서귀포관광극장 철거 작업이 건축 단체 등의 공개 반발로 잠정 중단됐다. 서귀포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붕괴 우려 등 안전상의 문제를 들어 철거에 들어갔는데, 도내 건축 관련 단체들은 "제주의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켜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관광극장은 3개 벽면 중 2개 벽면을 철거한 상태다.

22일 시에 따르면 지난 5~8월 진행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E등급 판정을 받은 관광극장에 대해 지난 19일부터 철거해 들어갔는데, 건축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며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22일에는 건축 단체와 논의의 자리도 가졌는데 건축 단체는 관광극장이 도내 근현대 건축자산임을 강조했고, 서귀포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활용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지난 11일 "1960년 준공된 관광극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으로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로 불가피하게 철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9월 중 야외공연장 벽체를 우선 철거하고, 관광극장 본건물은 2026년 철거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6월부터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 단체를 대상으로 철거 관련 수 차례 현장설명회를 실시했고, 이달 9일에는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22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서귀포관광극장은 서귀포시가 매입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평가에서 사유지인 극장을 매입 보전해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원도심의 다양성·확장성을 전제로 매입했는데 철거를 결정하면서 전문가 논의 과정 없이 철거부터 한 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오랜 건축물은 잘 보존해 생명력을 갖게 해야 한다. 관광극장은 그동안 지붕없는 공연장으로 잘 활용돼 왔고, 2020년 제주도가 진행한 건축자산 기초조사 학술용역 보고서에서 우수자산 후보로까지 제시된 건물"이라고 했다.

(사)제주올레 이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서귀포의 문화적 자긍심이자 제주 근대 건축사의 자산인 서귀포 관광극장 외벽이 철거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건물 철거가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기억, 공동체의 정체성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라며 철거 중단을 요구했다.

연면적 825.39㎡의 서귀포관광극장은 1960년 준공 후 63년 서귀포 지역 최초의 극장으로 문을 열어 영화 상영에서부터 학예회, 대중가수 공연 등이 열리며 원도심의 상징적인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노후화로 1999년 문을 닫은 극장은 2015년 서귀포시가 시설을 보완해 지붕없는 노천극장 형태로 재개관했다. 2023년에는 서귀포시가 공공용지로 사들였고,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주말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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