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해양탐사 제주바다, 그 변화의 기록] (10)고내리 마을어장
입력 : 2025. 09. 04(목) 03:00수정 : 2025. 09. 04(목) 15:29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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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모래 사라지고 해양 생태계 균형 무너졌다"

햇볕 뜨거운 포구… 수중은 생존의 몸부림 치열
멸치떼·잿방어가 그린 장관 ‘생명력 넘치는 바다’
애월항 확장 후 바뀐 물길… 어민들 피해 현실화
절벽 밑 산더미 같은 쓰레기, 해면류 번식 확산 중
[한라일보] 본보 해양탐사대는 지난달 21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마을어장을 찾았다.
이날 고내리 포구는 햇볕이 뜨겁게 내려앉아 후끈거렸지만, 몸을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조차 없었다.
탐사대는 그 뜨거움을 뒤로한 채 스쿠버 장비와 수중 촬영 장비를 챙겨 입수 준비를 마치고 곧장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지난 6월 첫 탐사 당시, 포구 일대는 해파리로 가득 차 조사를 중단해야 했지만 이날의 바다는 달랐다. 해파리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물결은 잔잔했다. 무엇보다 바닷속 시야가 유리창처럼 투명해 탐사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얕은 조하대 상부에는 크고 작은 자연석과 매끈한 먹돌이 흩어져 있었고, 깊숙이 들어서자 바닥은 고요한 모래와 평평한 암반으로 이어졌다. 돌 표면에는 유·무절석회조류가 얇게 피복돼 있었고, 일부 지역은 수온이 높아 해조류 생육이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큰열매모자반과 꽈배기모자반이 암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해조류의 집념은 바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 소라가 제법 높은 밀도로 암반에 붙어 있었고, 그 위로 자리떼와 놀래기들이 유유히 헤엄쳤다. 순간, 은빛 멸치 떼가 몰려들며 푸른 물살을 가르자 바다는 순식간에 숨가쁜 추격전으로 변했다. 방어와 흑전갱이가 뒤쫓으며 번뜩이고, 숭어 무리까지 합세해 멸치 떼를 뒤엎는 장관이 펼쳐졌다. 생명력이 터져 나오는 수중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수중에서 마주한 활기와 달리 해안은 몰려드는 쓰레기에 신음하고 있었다.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의 여파가 고내리 어장에도 드리운 탓이다.
애월항 2단계 개발 사업은 '제9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라 LNG 공급과 연안 화물처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사업비 1497억 원을 투입해 진행됐다. 방파제(1466m), 접안시설(5000t급 2선석), 수역 준설(수심 7.5m), 선회장 등이 추가 설치되면서 해류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인근 하귀1리 마을어장은 항만 확장 이후 조류 방향이 동서에서 남북으로 바뀌며 해산물 감소 피해를 겪고 있다. 고내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서로 흐르던 물길이 남북으로 뒤틀리면서 해저 지형이 변했고, 해양 쓰레기가 유입돼 해안 절벽 밑에는 수거조차 힘든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고송자 고내리 어촌계장은 바다의 변화를 이렇게 토로했다.
"애월항 개발 이후 해안가에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고, 물질을 하면서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을 해안 절벽 아래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보인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수거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아니 수거를 하더라고 절벽밑이라 쓰레기를 가지고 나올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바다 물길이 바뀌면서 모래가 다 쓸려나간 곳도 있고 새로 쌓인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라진 곳이 더 많다. 바닷속 풍경도 달라져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타나고 있다. 곰팡이 같은 것들과 사람에게 생기는 버짐(해면류)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색깔별로 번지면서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애월항 확장 후 고내 바다는 거의 황폐화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양병규 해양환경연구과장은 "기후변화로 해조류는 감소하고 공간경쟁을 하는 자포생물(산호류, 말미잘류)과 해면동물의 서식면적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을어장 내 갯닦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내리 마을어장에 드리운 문제는 단순히 어촌 한 곳의 생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바닷속 생태계의 균형은 제주 연안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해류 변화는 해조류의 착생 환경과 어패류의 서식지를 바꾸어 놓으며, 이는 결국 제주 바다의 생물 다양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내외 해양생태 전문가들은 항만 개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사전·사후 환경영향 평가와 보완 대책이 충분치 않으면 지역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성 박사는 "고내리 마을어장은 여전히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그러나 해안가에는 쓰레기가 증가하고 바닷속은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개발의 그늘 속에서 신음하는 바다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이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탐사취재팀: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수중영상촬영: 오하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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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떼·잿방어가 그린 장관 ‘생명력 넘치는 바다’
애월항 확장 후 바뀐 물길… 어민들 피해 현실화
절벽 밑 산더미 같은 쓰레기, 해면류 번식 확산 중
이날 고내리 포구는 햇볕이 뜨겁게 내려앉아 후끈거렸지만, 몸을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조차 없었다.
탐사대는 그 뜨거움을 뒤로한 채 스쿠버 장비와 수중 촬영 장비를 챙겨 입수 준비를 마치고 곧장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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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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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내 포구 전경 |
얕은 조하대 상부에는 크고 작은 자연석과 매끈한 먹돌이 흩어져 있었고, 깊숙이 들어서자 바닥은 고요한 모래와 평평한 암반으로 이어졌다. 돌 표면에는 유·무절석회조류가 얇게 피복돼 있었고, 일부 지역은 수온이 높아 해조류 생육이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큰열매모자반과 꽈배기모자반이 암반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해조류의 집념은 바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 소라가 제법 높은 밀도로 암반에 붙어 있었고, 그 위로 자리떼와 놀래기들이 유유히 헤엄쳤다. 순간, 은빛 멸치 떼가 몰려들며 푸른 물살을 가르자 바다는 순식간에 숨가쁜 추격전으로 변했다. 방어와 흑전갱이가 뒤쫓으며 번뜩이고, 숭어 무리까지 합세해 멸치 떼를 뒤엎는 장관이 펼쳐졌다. 생명력이 터져 나오는 수중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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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내 포구 전경 (드론 쵤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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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까지 올라온 멸치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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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을 덮고 있는 해면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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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에서 먹이활동 중인 소라들 |
그러나 수중에서 마주한 활기와 달리 해안은 몰려드는 쓰레기에 신음하고 있었다.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의 여파가 고내리 어장에도 드리운 탓이다.
애월항 2단계 개발 사업은 '제9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라 LNG 공급과 연안 화물처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사업비 1497억 원을 투입해 진행됐다. 방파제(1466m), 접안시설(5000t급 2선석), 수역 준설(수심 7.5m), 선회장 등이 추가 설치되면서 해류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인근 하귀1리 마을어장은 항만 확장 이후 조류 방향이 동서에서 남북으로 바뀌며 해산물 감소 피해를 겪고 있다. 고내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서로 흐르던 물길이 남북으로 뒤틀리면서 해저 지형이 변했고, 해양 쓰레기가 유입돼 해안 절벽 밑에는 수거조차 힘든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고송자 고내리 어촌계장은 바다의 변화를 이렇게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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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입깃해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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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방어떼 |
"애월항 개발 이후 해안가에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고, 물질을 하면서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을 해안 절벽 아래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보인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수거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아니 수거를 하더라고 절벽밑이라 쓰레기를 가지고 나올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바다 물길이 바뀌면서 모래가 다 쓸려나간 곳도 있고 새로 쌓인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라진 곳이 더 많다. 바닷속 풍경도 달라져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타나고 있다. 곰팡이 같은 것들과 사람에게 생기는 버짐(해면류)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색깔별로 번지면서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고 있다. 애월항 확장 후 고내 바다는 거의 황폐화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양병규 해양환경연구과장은 "기후변화로 해조류는 감소하고 공간경쟁을 하는 자포생물(산호류, 말미잘류)과 해면동물의 서식면적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을어장 내 갯닦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내리 마을어장에 드리운 문제는 단순히 어촌 한 곳의 생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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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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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전갱이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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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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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떼 |
바닷속 생태계의 균형은 제주 연안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해류 변화는 해조류의 착생 환경과 어패류의 서식지를 바꾸어 놓으며, 이는 결국 제주 바다의 생물 다양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내외 해양생태 전문가들은 항만 개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사전·사후 환경영향 평가와 보완 대책이 충분치 않으면 지역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성 박사는 "고내리 마을어장은 여전히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그러나 해안가에는 쓰레기가 증가하고 바닷속은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개발의 그늘 속에서 신음하는 바다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이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탐사취재팀: 고대로 편집국장·오소범 기자수중영상촬영: 오하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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