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61)조천읍 교래리
입력 : 2024. 04. 05(금)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자연 치유로 웰니스관광 메카를 꿈꾸는 마을
[한라일보] 높고 큰 마을이다. 옛 이름은 '도리'라고 했다. 다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다리가 된다. 섬 제주에서 13개 마을에 에워싸여 있는 마을은 유일하게 교래리 뿐이다. 그 많은 마을들의 입장에서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를 나타내는 지리적 위상과 부합하는 것이다. 조천읍 12개 마을 중에 한라산과 맞닿아 있는 중산간지역으로 조천읍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 섬에서 가장 긴 천미천의 발원지가 여기다. 한라산 동쪽으로 내려온 물길이 남쪽으로 우회전 하여 성산과 표선 사이 하천리와 신천리 사이를 통하여 태평양으로 나간다.

교래(橋來)라는 명칭이 탐라순력도(1702) 교래대렵(橋來大獵)이라고 하는 그림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중요성을 지닌 마을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선왕조 관영목장 10소장 중에 한라산 동쪽 해발 고도가 더 높은 지역에 산마장을 설치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목축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기에 경작을 원하는 백성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화전을 허락했다. 산마장을 마장세 징수 차원에서 침장, 상장, 녹산장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지도를 그려서 경작을 허용하는 지역과 금지하는 지역으로 나눈 것. 교래리는 그 중에서 '침장'이 있던 곳과 대부분의 마을 영역이 겹친다. 목자와 화전민들의 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름들의 흐름을 따라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가며 바라보면 해발 1400m에 육박하는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에서부터 어후오름, 넙거리오름, 샛궤팬이오름, 궤팬이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지그리오름, 족은방애오름, 바농오름, 돔배오름, 족은방애오름, 산굼부리, 까끄레기오름 등이 있다. 다른마을과 경계를 이루는 오름들까지 포함해서 이렇다. 이 오름들이 생성시킨 광활한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마을발전의 비전을 '치유와 건강'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이다. 이러한 포부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마을 곳곳에 백만 원군처럼 포진하고 있다. 분화구 관광지로 유명한 산굼부리, 교래자연휴양림, 돌문화공원, 에코랜드 및 삼다수공장 등이 자리하고 있느며 잠재적 역사문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잣담 및 잣성, 천미여신 등이 있다.

나봉길 이장
나봉길 이장에게 교래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자긍심을 물었다. 대답이 너무 확신에 찬 간명함. "마음 치유입니다." 너무 큰 대답이라서 구체적으로 다시 "무엇으로 마음을 치유합니까?" 그 대답에 깊고 높은 혜안이 녹아있었다. "마을이 마음을 치유합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교래!' 대자연을 품은 마을에서 오는 자신감에 존경심이 일어났다. 도시적 개인주의가 설 자리가 없는 제주형 자연마을공동체가 사람의 본성을 다시 일깨워 '건강한 행복-웰니스(Wellness)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는 실천방향이었다. 마을과 마음을 서로 이어주는 지점.

다양한 마을사업 추진 중에서 오랜 세월 숙원사업으로 내려오는 것은 마을회관 동쪽에 위치한 교육청 소속 부지를 활용하여 교래초등학교 학생의 학교활성화 차원에서 젊은 부부들을 위한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현실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5545㎡의 땅. 마을 규모와 위상에 비하여 정주여건은 열악한 현실에서 돌파구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감동적인 사실이 있었다. 1962년 조천초등학교에서 교래리 주민들을 위하여 분교를 설립하고자 하여도 부지 마련이 어려워 답보상태에 있을 때, 평생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농민 '산음 고성춘'이라는 분이 자신이 소유한 땅을 학교부지로 흔쾌히 희사하여 학교를 설립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외지에 나가서 큰돈을 벌어 고향에 괘척하는 일이 보편적인 일이거니와 삶의 원천인 땅을 교육이라는 사람농사에 쓰라고 내놓은 것은 참으로 놀라운 감동이다. 그 땅이 더 큰 쓰임새를 향한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시각예술가>



아침햇살 받은 도리본향당
<연필소묘 79cm×35cm>

마을회관 맞은편에 신당이 있는 마을은 아마 교래리 뿐일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마을회관이 건립되기 전부터 저 당이 마을주민들의 정신문화였기에 마을회관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을 것. 주민들의 회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 된다. 후대를 위한 어떤 염원이 그러한 마을공동체구성원들의 결정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아름답기에 그렸다. 봄날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저 신당은 설명에 의하면 당산선과 산굼부리 성당국 고씨할망을 모시는 당이라고 한다. 이 신은 생산과 죽음, 호적을 관장하는 신으로서 제를 올리는 시기는 1월 15일 태제일, 7월14일 백중제, 12월 말일 계탁제를 올린다. 전해오는 말을 종합하여 보면, 예로부터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말에서 내려 빌고 가야 탈이 없을 정도로 영험하다고 하니, 그림을 그리기 전에 고개 숙이고 조아려 허락을 얻어 그렸다. 무슨 탈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이 그림을 그려서 고씨할망신의 위신력을 알렸으니 소원 하나는 들어달라며. 그리이스인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웅장하고 역사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저 소박한 돌들로 쌓아 지붕을 올린 마을사람들의 심성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새삼 가치관이란 무엇인지 되새김하게 된다. 가치관이란 삶의 가치에 대한 관점이 아니던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를 그리는 내내 골똘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교래리의 미래에까지 과거의 가치는 이어진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수채화 79cm×35cm>

너무도 방대한 영역을 지니고 있는 마을이기에 그려야할 소재를 선택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가 평소에 좋아하는 위치에서 그리는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격이라는 생각에 교래리의 진가를 알리는 용도로 그렸다. 어떠한 관광지 기능보다 놀라운 풍광이 있다. 이 지점에서 바라보면 개인적인 관점일지 모르나,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이 '볼이 통통한 긴 머리 소녀가 하늘의 오후 해를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그 아래 봄날의 다사로운 대기에 휩싸여서 은은하게 능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숱한 오름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근경과 중경에 펼쳐지는 숲에 늦은 오후의 햇살이 영롱하게 다가와 춤을 춘다. 산과 오름과 숲을 가지고 풍경의 전체를 짜임하였다. 특출하게 튀어나는 어떤 것도 없지만 모두가 자연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각적 치유의 기능을 그리려 한 것이다. 겨우내 말랐던 활엽수 가지에 아주 조금씩 연두색 물이 오르는 요즘. 멀리 한라산 또한 봄을 노래하며 우리의 시선을 맞이하는 듯 하다. 교래리가 추구하는 비전을 그리려 노력하였다. 저기 보이는 모든 요소가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쓰여지는 최고의 명약이라는 엉뚱한 발상에서 비롯하였다. 백록담이라고 하는 엄청나게 높은 이상이 있다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징검다리 오름들과 그 속에 감춰진 숲들을 다리로 하지 아니하고서는 목표로 하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교래의 자연은 '이어줌'을 의미하는 다리다. 광선과 광선의 하모니를 숲이 연결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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