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愛 빠지다] (25)감귤농사 짓는 정은정씨
입력 : 2023. 11. 21(화) 00:00수정 : 2023. 11. 22(수) 11:09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초보 농사꾼이지만 그래도 즐거워요”
올해로 제주살이 3년째인 정은정씨는 초보 농사꾼으로서 쓴맛을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관련 교육을 이수하며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1년 살이’로 제주와 인연… 감귤원 맡으며 농사 입문
쓴맛 보는 날도 많지만 배움 계속 “신품종 재배 도전”


[한라일보] "제주에 내려오면서 '구름홀릭'이 생겼습니다. 농사일하다 쉴때, 이동 중 잠시 멈춰 설때 하늘의 구름을 넋놓고 바라보곤 합니다. 구름을 쫒다보면 감정이 정화되고, 피로도 풀리는 느낌입니다. 서울에서는 구름 한 번 볼 틈 없이 지냈죠. 새벽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에겐 언감생심이죠."

올해로 제주살이 3년째인 정은정(42)씨. 울산이 고향인 그는 직장에 취직하면서 서울로 이주, 그곳에서 15년가량을 살았다. 서울에선 아들 셋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년 전. '1년 살이'를 위해 제주로 이주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 주변을 환기하고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1년 살이가 끝나갈 무렵 서울로 돌아가기 싫다는 아이들 때문에 제주에 눌러 앉았다. 서울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남편은 얼마 전에야 제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아들 셋 키우는 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애들 모두 서울로 돌아가기 싫다고 합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느라 다들 나름 바쁘게 지냈죠. 덕분에 여리여리하던 큰 애는 이제 튼튼하게 성장했고, 조용했던 막내는 웃음도 찾고 할 말도 다할 정도로 활발해졌죠."

그가 꼽는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는 점이다. 깨끗하고 공기도 맑아 첫 1년은 올레길에 빠져 살았다.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도시생활로 켜켜이 쌓였던 스트레스를 털어냈다. 바다도 가까울 뿐더러 맘만 먹으면 여행·체험도 손쉽게 떠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문화·의료 분야에는 아쉬움이 많다. 작년에 막내가 고열로 앓는데 응급실 자리가 없어 꽤 긴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고 한다. 지역문화도 생소했다. 상대적으로 좁다 보니 처음에는 적잖이 불편했다.

제주살이가 길어지면서 감귤농사로 눈을 돌렸다. 마침 지인의 감귤원을 경작할 사람이 없어 폐원할 참이었다. 가끔 일을 도와주러 다녔던 기억에 농사를 시작했다. 초보 농사꾼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실 경작면적 1000평가량의 감귤원이지만 할 일은 많았다. 농협·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관련된 교육을 이수했다. "작년 감귤 수확·판매가 끝난 후 정산을 해보니 총 수입이 1600만원 가량이더라구요. 택배·박스비를 제하려다 너무 많아 정산을 포기했죠. 홍보를 위해 지인들에게 보내고, 덤을 준 분량을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돼요."

올해 고추를 심었다가 쓴맛을 봤다. 초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심는 바람에 고생만 신나게 했다. 직접 예초기를 돌리며 잡초를 제거하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후속 작물 파종은 시기를 놓쳐 포기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그는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교육 이수 후 감귤나무 전정을 직접 하고 있다. 내년에는 감귤원에 신품종을 심을 생각이다. 만감류 하우스도 계획하고 있다. 요즘엔 멘토를 찾아 다니며 관련된 조언을 듣고 있다. "여성농업인 혼자 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죠. 하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실패에서 배운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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