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현택훈 동시집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
공존하는 삶 곶자왈의 안녕을 빌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9. 10(금) 00:00
박들이 그린 현택훈의 동시 '제주도롱뇽' 속 그림.
'먼물깍'에서 '곶자왈'까지
저 너머 세상 두렵지 않도록

생태계의 고운 합창을 위해

시집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먼물깍'에서 시작해 제주 섬 곳곳에 퍼져 있는 '곶자왈'로 찬찬히 향한다. 이 섬의 땅과 바다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애정을 담은 노래들은 결국 색색의 생명체들이 어우러진 곶자왈에 바치는 피날레의 '합창'을 위한 '독창'이었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를 출간했던 제주 현택훈 시인이 처음 펴낸 동시집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이다.

컬러풀한 표지 화면에 두점박이사슴벌레 형상이 부조처럼 내려앉은 이 시집은 시인의 유년의 기억에서 출발하고 있다. 어릴 적 시인은 늦잠을 잘 때 굼벵이 같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 매미를 꿈꿨고, 산길을 걷다 나비를 발견하면 그것을 따라 산속을 돌아다녔다. 지네를 잡겠다고 친구들과 들춰본 돌 밑에서 잠든 뱀을 보고 비명을 질렀을 때가 행복했다는 시인은 농어촌, 산촌 할 것 없이 가파르게 도시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제주 땅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시편으로 드러냈다.

온갖 희귀동식물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곶자왈을 일컬어 흔히 '생물의 보고'라고 말한다. 표제시에 등장하는 감물염색 빛깔을 닮은 갈색 두점박이사슴벌레도 곶자왈에 사는 멸종위기종 1급 곤충이다. 하지만 곶자왈을 가까이서 보겠다는 걷기 코스나 탐방로 개설, 거기다 관광지 개발 등으로 야생 동식물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시인은 이 시대에 요구되는 공존의 삶을 위해 아이는 물론 어른 독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시들을 펼쳐놓았다. '먼물깍'은 "제주도 눈동자"에 "한 방울/ 한 방울/ 안약을 넣는" 습지다. '남방큰돌고래'는 이즈음에 "건물들은/ 점점 많아지고" "더 멀리 돌아야 해서" "입이 댓 발" 나왔다. "햇살 따가우면/ 돌멩이 밑에서 낮잠"을 자는 '제주도롱뇽'은 물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느낄 수 있는 기후위기의 지표다.

"세상이 낯선 나뭇잎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곳에서는 음악도 필요 없어./ 이끼들도 노래를 하는걸.// 이곳은 어쩌면 너의 마음이야./ 난 언제부턴가/ 네 마음에 들어와 있으니까." 시집의 맨 끝에 놓인 긴 시 '곶자왈'에 깃든 존재들은 "저 너머가 두렵다"고 털어놓는다. 그 공포감을 만들어낸 "덩치 큰 사람들"은 그들과 같이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림 박들. 한그루.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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