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마을 풍경 위해 농촌서 만든 사과주스 산다
입력 : 2021. 04. 02(금) 00: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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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네 유타카의 ‘농본주의를 말한다'

경영이 된 농사에 대한 의문
자본에서 떼낸 환경직불금
어느새 농사 짓기도 경영이 되었다. 소득이나 이윤의 액수로 농업 경영을 평가하고 비용과 생산성으로 측정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값싸고 품질 좋은 공업제품들이 외국에서 수입되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듯, 농산물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에 소득, 비용, 노동시간 등 근대화의 척도를 적용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농사란 농지를 통해 천지자연을 갈고 닦아서 그 은혜를 받는 것이라고 하는 일본의 농(農) 사상가이자 저술가, 농학박사인 우네 유타카씨는 그 같은 인식에 의문을 품었다. ‘농본주의를 말한다’엔 애당초 농사를 진보, 발전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며 농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서른아홉 살에 농부가 된 저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농본주의자의 사상과 활동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3대 원리를 끄집어냈다. 첫째, 2000년 이상 계속된 농사는 본질적으로 산업화, 자본주의화, 경제성장과 화합할 수 없다. 둘째, 지역화의 원리로 시골(지방)이 중심이 된 자립·자치를 지향한다. 셋째, 자연에 대한 몰입을 통해 살아가는 인생의 태도다.
저자는 농사의 가치를 시장경제 속에서만 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두 차례 독일을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어느 농촌 마을에서 사과를 주스로 만들어 판매 중인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현장을 봤다. 잘 팔리는 이유는 무농약으로 재배된 사과이거나 특별한 착즙 방법을 사용해서도 아니었다. 도시 사람들은 "이 사과주스를 마시지 않으면 이 마을의 풍경이 황폐해지기 때문"에 사 갔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농민들은 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을 국가나 주, EU 세금으로부터 직접 수령한다. 풍경이나 자연환경의 가치나 그것을 지탱하는 농법에 지불되는 환경직불금 정책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농사에서 반이 넘는 부분을 시장경제와는 별개로 평가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농사를 자본주의로부터 떼어낸 결과라고 밝힌 저자는 "먹거리의 가치는 그 먹거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바깥의 자연이나 풍경에 있었던 것"이라며 "이것은 '먹거리는 자연의 은혜'라는 개념을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한 농업관"이라고 했다.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1만1000원.
자본에서 떼낸 환경직불금
어느새 농사 짓기도 경영이 되었다. 소득이나 이윤의 액수로 농업 경영을 평가하고 비용과 생산성으로 측정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값싸고 품질 좋은 공업제품들이 외국에서 수입되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듯, 농산물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에 소득, 비용, 노동시간 등 근대화의 척도를 적용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서른아홉 살에 농부가 된 저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농본주의자의 사상과 활동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3대 원리를 끄집어냈다. 첫째, 2000년 이상 계속된 농사는 본질적으로 산업화, 자본주의화, 경제성장과 화합할 수 없다. 둘째, 지역화의 원리로 시골(지방)이 중심이 된 자립·자치를 지향한다. 셋째, 자연에 대한 몰입을 통해 살아가는 인생의 태도다.
저자는 농사의 가치를 시장경제 속에서만 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두 차례 독일을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어느 농촌 마을에서 사과를 주스로 만들어 판매 중인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현장을 봤다. 잘 팔리는 이유는 무농약으로 재배된 사과이거나 특별한 착즙 방법을 사용해서도 아니었다. 도시 사람들은 "이 사과주스를 마시지 않으면 이 마을의 풍경이 황폐해지기 때문"에 사 갔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농민들은 소득의 70퍼센트 이상을 국가나 주, EU 세금으로부터 직접 수령한다. 풍경이나 자연환경의 가치나 그것을 지탱하는 농법에 지불되는 환경직불금 정책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농사에서 반이 넘는 부분을 시장경제와는 별개로 평가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농사를 자본주의로부터 떼어낸 결과라고 밝힌 저자는 "먹거리의 가치는 그 먹거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바깥의 자연이나 풍경에 있었던 것"이라며 "이것은 '먹거리는 자연의 은혜'라는 개념을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한 농업관"이라고 했다.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