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칠의 현장시선] 디지털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청렴한 조직문화
입력 : 2026. 08. 21(금) 03:00
전병칠 hl@ihalla.com
[한라일보] 평소 청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청렴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규정을 지키려는 직원의 마음가짐과 책임감, 그리고 기관장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업무를 들여다볼수록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아무리 직원이 주의를 기울여도 사람이 하는 일에는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렴을 개인의 주의와 책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한 번 더 살펴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올해 공사의 디지털 전환 방향에 맞춰 '지능형 내부통제'를 추진하고 있다. 어렵게 들리겠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선 부패 취약분야인 공공계약부터 시작했다. 원가계산서 검토나 계약대금 지급서류 확인처럼 담당자가 자료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업무에 AI 자동화 이중점검을 적용했다. 담당자가 한 번 검토한 내용을 AI가 다시 살펴보면서 오류나 위험요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AI가 담당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역할에 가깝다. 결재권자 역시 한 번 더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업무 부담은 줄이고, 원가계산 오류나 부당집행 가능성은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부통제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문제가 생긴 뒤 잘못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미리 발견하고 바로잡는 것이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청렴이 가야 할 방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술만으로 청렴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사에서는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디지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감사 지적사항이나 청렴 관련 사례를 직원들이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을 활용한 오픈채널인 '혼디청렴톡'을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의 실수가 또 다른 사람의 반복된 실수가 되지 않도록 사례를 함께 공유하고 배우자는 취지다.

이러한 작은 변화를 통해 사람의 판단에 AI의 점검을 더하고, 직원들이 서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청렴의 안전망은 지금보다 촘촘해질 수 있다.

청렴의 출발점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 청렴을 지키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사람의 양심과 책임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술을 활용해 한 번 더 살펴보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청렴접근성의 인식범위를 확대하고 보다 촘촘한 이중점검으로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점차 줄여감으로써 일상에서의 청렴을 실현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병칠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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