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5극3특 시대의 지역정치
입력 : 2026. 06. 16(화) 02:00
김준기 hl@ihalla.com
[한라일보]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의외였다. 숫자로는 여당의 승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이길 선거를 지고 말았다는 해석에 따른 후폭풍이 일고 있다. 누적된 지역주의 구도를 깨지 못한 한국 정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이다. 한계의 이면에는 새 돌파구도 보인다. 5극3특의 국가 재편 기조에 따라 근본적인 혁신의 계기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정부 통합의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탄생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수도권 중심주의와 영남패권주의를 극복하는 역사적 출발점을 맞았다.

대구경북과 경남이 수십 년간 누적된 기성 권력을 넘어설 절호의 기회를 놓쳐 안타까움을 자아낸 반면, 전남광주는 전남도와 광주시의 정치적 결단으로 통합 선거를 치렀다. 전두환이 갈라놓은 광주와 전남이다. 죽음으로써 지켜내고자 했던 최후의 보루인 전남도청을 점령하면서 5·18 시민군을 학살한 군부정권은 광주와 전남을 갈라 분할통치의 덫을 놓았다. 광주와 전남만의 일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보다 더 길게 이어진 갈라치기 행정으로 광주와 전남,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대전과 충남은 오랜 역사 속에 쌓인 공동체 도시의 유기체성을 상실했다.

광주전남통합특별시정부는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에서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논의는 인공지능과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자리 잡아 전남광주의 새 산업 동력을 창출하는 일이다. 나아가 오랫동안 정치적 슬로건에 머문 문화예술도시 정체성을 민관협치의 정책과 사업으로 명실상부하게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국 경제와 문화, 두 가지가 핵심이다. 먹고사는 것과 문화로 정체성을 다져가는 일, 두 가지를 챙김으로써 한국의 지방정치는 더 낮게 생활 속으로 파고든다.

제주도는 어떠한가? 노무현 대통령이 4·3 영령들 앞에서 허리 숙여 사죄한 이래 제주도는 민주당 일색이다. 한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과정과 결과는 영남과 호남의 사례에서 답이 나온다. 위대한 자연의 힘을 가진 제주도의 지정학적 지위는 70만의 적은 인구로도 특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토대로 한 피지컬 인공지능의 신세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통합의 지역정치 시대가 본격화하는 지금, 새로 출범하는 제주특별자치도정부의 특별함은 주어진 것 이상의 특별함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개발주의 환상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경제정책과 정체 상태의 '평화의 섬'을 구현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항을 새로 지어 숫자 관광으로 갈 일이 아니다.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를 줄이고, 행복하게 일상을 꾸리는 도민이 부러워 누구나 와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문화관광의 가치 지향이 필요하다. 제주-오키나와-타이완의 평화의 섬 체인을 연결하는 평화예술을 통하여 품격 있는 문화도시를 만드는 일, 5극3특의 지역정치 시대를 맞아 제주도정부의 장기 전략이자 당면 현안이다. <김준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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