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겹 반복해 쌓은 한지 위 바이올린·멍석 앙상블
입력 : 2026. 06. 11(목) 17:15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작고 작가 박철 한지 작품전 6월 23일까지 이룸갤러리 한라일보점
유족 협업 20여 점 부조회화 전시… "동서 만남 대비 한국성 탐색"
이룸갤러리 한라일보점에서 진행 중인 박철 한지전.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생전에 그가 쓴 '작가 노트'를 보면 조상들의 미감과 지혜에 대한 감탄, 그것들이 사라지고 잊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래서 그는 한지, 멍석, 떡살 등을 차용해 거기에서 새로운 미학과 미적 표현을 탐구하는 일을 작업의 화두로 삼았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를 지낸 박철(1950~2023) 작가다.

지난해 고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을 열었던 제주 이룸갤러리가 이번에는 '앙상블(Ensemble)'이란 주제를 내걸고 박철 한지전을 기획했다. 이달 10~23일 이룸갤러리 한라일보점에서다.

작가는 일찍이 한지 부조회화라는 독특한 조형 방식을 선보였다. 한지를 이용해 사물의 형태를 떠내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그의 작업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들고 종이를 쌓아 올려 완성한다. 이 과정에 약 30겹의 한지를 반복해 붙인다. 섣불리 흉내내기 어려운 조각적 볼륨감의 작품은 그만의 장인 정신으로 탄생했다.

유족과 협업으로 마련한 이번 기획전에는 1990년대 말부터 2020년대 초반 작품까지 20여 점이 나왔다. 시대가 변하며 버려지거나 없어지는 물건들이 작품 속 남겨진 자국으로 오히려 선명하게 그 존재를 증명한다.

박철의 '앙상블 3-66'(2003). 이룸갤러리 제공
박철의 '앙상블 19-19'(2019). 이룸갤러리 제공
그가 빚은 화면에는 왕골을 촘촘히 엮은 멍석의 격자무늬, 낫과 밭갈이의 흔적 등이 새겨졌다. 때로는 바이올린, 색소폰 등 서양 악기들이 오래된 한지 위에 올라앉아 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서의 만남이 한 화면 안에서 앙상블을 이룬다.

작가는 이를 두고 "한국적인 토속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서양적인 바이올린과 동양적인 한지나 멍석을 사용해 구분했다"며 "이와 같은 대비 속에서 한국성을 찾는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시장은 한라일보 1층에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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