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59] 3부 오름-(118)여쩌리오름, 오드싱오름, 어저미오름
입력 : 2026. 01. 13(화) 03: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오드싱오름, 제주시 오등동의 지명 기원
여쩌리오름을 어찌 하오리까?

[한라일보] 여절악이란 오름이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표고 209.8m, 자체높이 50m 정도다. 등성마루가 동서로 길고, 남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다. 1530년 동국여지승람 여질결천(餘叱結川)이란 표기가 등장한 이래 여러 기록에서 여결천(餘結川), '문 여결량(門 餘結梁), 송천(松川), 사악(獅岳), 엿져리오름, 송을천(松乙川). 솔뇌' 등으로 나타난다. 지역에서는 여절악(如節岳), 여절악(女節岳), 예절이악(禮節伊岳), 예절악(禮節岳), 여절이(如節伊) 등으로도 쓴다. 여질결천, 여결천, '문 여결량' 등은 이 오름과 동편 병곳오름 사이에 흐르는 내를 표시한 것이다. 이 지명은 아직도 해독되지 않았다.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를 뿐이다.

여쩌리오름(여절악), 남쪽에서 촬영한 것으로 등성마루가 낮고 동서로 길다. 사진 김찬수
여질결천(餘叱結川)의 '여(餘)'는 별다른 뜻을 갖는 게 아니라 '여'의 음만 취하기 위해 사용한 음가자다. '질(叱)'은 우리 고유어에서 '사이시옷(ㅅ)'을 표기할 때 사용하는 글자다. '결(結)'은 제주어로 '절'이라는 음성을 '결'로 받아들이고 동원한 글자다. 그러므로 '여질결(餘叱結)'은 고유어 '엿절'을 나타내려고 한 표기다.

문 여결량(門 餘結梁)의 '문(門)'이란 출입문을 지시하는 말이다. '량(梁)'은 '돌 량'이라는 글자로서 역시 제주어 출입구를 지시하는 '도'를 나타낸다. 이 말은 '엿저리도'를 나타내고 있다. 산마장 출입구인 엿저리도가 있는 오름이라는 데서 여쩌리오름이라고 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 반대로 이 오름 인근에 있는 도라는 데서 엿저리도라고 한 것이다. 그 외 위의 다양한 한자 지명들도 표기만 다를 뿐 모두 이런 뜻을 갖는다.

송을천(松乙川)은 '솔천(소+ㄹ+천)', 송천(松川)은 '솔 송(松)'의 음가자 차용 방식으로 쓴 것이다. 송을천(松乙川)과 송천(松川)이란 표기에서 이 내가 '작은' 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송(松)'이란 글자는 '소나무 송'이지만 여기서는 '솔'이라는 훈가자로 쓴 것이다. '솔'은 '좁다', '작다'의 뜻이다. 송천이란 바로 이 오름 지명에서 기원한 내 이름이다.

사악(獅岳)이란 지명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獅)'자는 '사자(중세어 ᄉᆞᄌᆞ) 사' 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여기서는 '작을 ᄉᆞ(小)'를 음가자 차용 방식으로 동원한 글자다. '작은 오름'의 뜻이다.

오드싱오름, 왼쪽 제주자치도문예회관 사이로 병문천, 오른쪽에 한천을 끼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오드싱오름, 고대어 기원

이 오름 지명 '여절이', '여쩌리'는 무슨 뜻일까? 이 지명은 '여+절+이'의 구조다. '여'란 고대어로 '작은'의 뜻이다. 북방어 기원, 구체적으로는 투르크어계에서 기원했다. 카라카니드어, 투르크어, 가가이어, 투르크메니스탄어, 할하어, 위구르어, 타타르어, 바슈크어, 노가이어, 오이라트어 등 여러 언어에서 '어ㅈ', '어ㅅ', '위ㅈ', '여ㅈ', '어드', '오드' 등으로 발음한다. '절'이란 'ᄌᆞ'에서 유래한다. 'ᄌᆞ'란 '마루 지(旨)'에서 나온 말이다. '여ㅈ+ᄌᆞ+이'의 구조이므로 경음화가 유별나서 '여쩌리'라고 발음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이'는 오름을 나타내는 어조사다.

오드싱오름이 있다. 제주시 오등동 표고 206.2m, 자체높이 56m 정도다. 야트막한 오름으로 위는 평평하다. 서쪽으로 병문천, 동쪽으로는 한천을 끼고 있다. 오등마을 옛 이름이 '오드싱'인데, 이 지명을 제대로 해독한 예는 아직 없다. 오등봉은 오드싱오름을 한자의 음을 빌려 쓴 표기다.

오닥싱오름, 오드싱오름, 오드싱이라고도 부른다. 1703년 탐라순력도에 오등생(吾等生)으로 표기한 이래 오등생악(吾㝳生岳), 오등악(吾等岳), 오봉악(悟鳳岳), 오봉악(梧鳳岳)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네이버지도에 오등봉, 카카오맵에 오드싱오름(오드싱이)으로 표기하였다. 현재 이 오름의 한자표기는 오등봉(梧登峰)이다.



어저미오름, 작은 오름

지명 중 '오(吾, 梧)'는 '오'의 음을 표기하려고 쓴 글자다. '등(等)'은 전통적으로 '들'을 표기할 때 흔히 동원된다. '들'이란 발음에서 'ㄹ'음은 쉽게 탈락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오닥싱오름, 오드싕오름이라고 하므로 '닥' 혹은 '드'를 나타내고 있다. '등(㝳)'은 '등(等)'의 이체자로서 두 글자는 같은 글자다. 결국 오등생(吾等生), 오등생악(吾㝳生岳), 오등악(吾等岳), 오봉악(悟鳳岳), 오봉악(梧鳳岳), 오등봉(梧登峰) 등은 그 뜻과는 무관하게 오닥싱오름, 오드싕오름, 오드싱오름, 오드싱이오름을 표기한 것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이 지명은 '오드', '어드' 등에 '생'이 결합한 표기다. '생'이란 '수리'의 축약형으로서 그 자체로 봉우리란 뜻이다. 본 기획 어승생오름 편에서 참조하실 수 있다. '오드', '어드'는 위의 여절악에서 설명한 대로 고대어 '작은'의 뜻이다. 투르크어계 기원이다. 오늘날 제주시 오등동이라는 동 지명은 바로 이 오름에서 기원한 것이다.

같은 오름 지명이 몇 개 더 있다. 그중 어점이악(어점이오름, 어저미오름)이 있다. 서귀포시 도순동 표고 820.1m, 자체높이 45m의 작은 오름이다.

고전에는 점악(占岳), 어점이악(於点伊岳), 어점이악(於點伊岳)으로 표기했다. 이 지명의 어원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한 바 없다. 이 지명은 '어저+미'의 구조로서 역시 작은 ᄆᆞ루라는 뜻이다. 어저미(어점이악), 여쩌리(여절악), 오드싱이(오등봉) 등은 같은 뜻으로 모두 작은 오름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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