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전쟁의 상흔 속 살아가게 한 힘… '사랑'이었네
입력 : 2025. 11. 27(목) 21: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김미수의 『마중』
[한라일보] "야만적인 전쟁터에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이 너무도 무용해 보이고 연약한 사랑이었다니요!" 김미수 작가가 이같이 외친다. 80년 전 일제강점기 말기 수난당한 조선의 청춘 남녀들의 삶을 읽고 느끼고 알아가면서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고 모른 척 돌아설 수 없었다.

'작가의 말'에 담겼듯 그가 펴낸 장편소설 '마중'은 일제 말기 남양군도를 무대로 전쟁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놓지 않았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낯선 타지에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강제징병과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그 시대의 상흔을 그려낸다.

지난 3월 발표된 제1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인 '마중'은 "이제까지 우리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토리와 새로운 시선이 돋보이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감동적인 작품을 그려냈다. 전쟁 때 사라진 사람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소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한 사람의 온몸과 마음을 그토록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지유는 할머니를 보고 처음 알았다."

'마중'은 소설가인 주인공 '지유'가 강제징용 피해 할아버지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 '전쟁터로 간 사랑'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지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유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미국인 피터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할머니가 80년 동안 기다린 그의 할아버지의 물품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유는 전쟁으로 실종돼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할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오랜 시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봉사를 한 지유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할머니의 고향 친구인 해림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하면서 할아버지의 수기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함께 알린다. 두툼한 노트 한 권과 대여섯 장의 종이에 쓰인 편지글 등 할아버지가 쓴 수기가 도착하고 지유는 이를 읽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남긴 수기에는 이들이 전쟁 중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담겼다. 그것은 '사랑'때문이었다. 해림 할머니도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일이 없었던 일로 되면 안 되지. 엄연히 있었던 일이니까. 그러니까 지유처럼 젊은이가 나서서 되살려줘. 젊은이들이 그 당시 우리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저자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소설 '모래 인간', '재이', '아빠 살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 '믿을 수 없는 사람' 등을 펴냈으며, '소설 직지'로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내일의 노래'로 북한 인권문학상 대상을 각각 받았다. 은행나무.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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