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또 일하고… 제주 여자의 삶 나아졌나
설문대여성센터, 고광민 기증 사진으로 기획전
'탄생'에서 '하직'까지 노동의 현장 살아온 여성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1. 18(월) 18:12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주 여자의 일생'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진선희기자
제주에 전해지는 속담은 여성에게 가해졌던 차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샛절 드는 날 아침이 여자는 놈이 집이 가지 말라.(입춘 날 아침에 여자는 남의 집에 가지 말라)" 새로운 해, 새로운 달 제주여성들은 조용히 집에 있어야 했다. 특정한 날에 남성이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없었지만, 여성은 달랐다.

그럼에도 제주여성들은 일하고 또 일했다. 화산섬의 혹독한 자연 환경을 헤쳐가려면 이즈음처럼 맞벌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맡아온 그들을 두고 흔히 '강인한 제주여성'이라고 말해왔지만 그것이 때로 제주여성들을 억압해왔는지 모른다. 제주여성은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지난달 23일부터 펼치고 있는 특별기획전 '제주 여자의 일생'은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을 쏟아부은 제주여성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알맞은 대우를 하고 있을까.

'제주 여자의 일생' 포스터 이미지.
이 전시는 서민 생활사를 다루는 고광민 연구자의 기증 사진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그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증한 사진 자료 600여 점 중에서 60여 점을 골라내고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소장한 생활 도구를 더해 제주여성의 '탄생'에서 '하직'까지 한 편의 이야기를 꾸몄다. 거기엔 '물로 벵벵 돌아진 섬'에 태어나서 소녀가 되고, 어른이 되고, 할망이 되어 끝내 이 세상과 이별했던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세대 제주여성의 삶이 있다.

191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진 속 제주여성들 중에 유희를 즐기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늘케(그늘대)에 아기를 재운 뒤 보리밭에 검질(김)을 매고, 미역 따러 바다로 향하고, 허리 숙여 양태를 겯는다. 흑백에서 컬러 사진으로 세월이 바뀌어도 제주여성들은 앞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캐고 있는 모습이다.

이 전시에 붙여진 제목은 제주어로 된 '실픈 일랑 기린 듯 허라'. 주최 측은 이를 '하기 싫은 일을 그리운 듯' 하는 마음이라고 풀이했는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성들이 힘겹게 들어야 했던 생의 무게를 함께 나누려는 태도일 것이다. 전시는 3월 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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