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진짜 소나무숲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 2013. 02. 07(목) 00:00
제주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문제다. 이 병은 소나무와 곰솔에 주로 감염된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잣나무에도 감염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곰솔이 가장 쉽게 감염되고 치사율도 높다. 소나무도 곰솔에 미치지는 않지만 감염이 잘 되고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이 소나무재선충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곰솔에 많이 감염되어 있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곰솔은 제주도에서 흔히 소낭이라고 한다. 소나무를 제주도식 발음으로 치환한 듯 보이지만 제주 방언으로 곰솔이 소낭인 것이다. 곰솔은 나무의 껍질이 검은 색이고 거북등처럼 갈라진다. 바늘잎은 억세고, 겨울눈은 하얀색 털로 덮여 있다. 그런데 이 곰솔은 육지부의 경우 해안에서 내륙으로 약 4㎞까지, 제주도에서는 해안에서 해발 600m까지 많이 자라고 있다. 그래도 그 중의 대부분은 해발 200m 이하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곰솔 숲이 이 일대의 숲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닷가에 주로 산다고 해 이 곰솔을 해송이라고도 부른다. 해송이란 이름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해송이란 이름은 생육지가 바닷가란 점을 강조한 이름이다. 곰솔은 나무껍질이 검다는 점에서 나온 이름이다. 둘 다 훌륭해 나무랄 데 없는 작명이지만 곰솔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식물학적으로 먼저 기록됐기 때문에 이 이름을 정명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제주도민이 사는 곳도 대부분 해발 200m 이하이고, 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은 대부분 이 지역에 형성돼 있다. 그러니까 제주도에서는 곰솔이 나무 중에서는 사람들과 가장 많이 같이 사는 나무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곰솔이 말라죽게 되면 이 일대의 경관이 바뀌게 되는 것은 물론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죽어가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바라보며 살게 된다. 아주 조그마한 한 줌 풀포기가 아니라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란 상상만 해도 영 유쾌하지 않은 장면일 것이다.

제주도에는 또 하나의 소낭이 있다. 소나무가 그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소나무도 소낭이라고 한다. 곰솔과 아주 많이 닮았지만 나무의 껍질이 붉은색이고 세로로 갈라진다. 비늘잎은 부드럽고 겨울눈은 붉은 색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이 소나무를 적송이라고도 한다. 자라는 곳을 보면 육지부에서는 해송에 비해서 훨씬 내륙에 분포한다. 조사결과 제주도에서 소나무가 자라는 곳은 해발 630m 이상이다. 아주 드물게 그 이하에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높은 지대에 자란다. 그래서 육송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정명은 곰솔의 경우와 유사한 연유로 소나무이다. 진짜 소나무다.

제주도의 소나무숲은 해발 630미터에서 1500미터 사이에 분포돼 있다. 총면적은 1324㏊(13.2㎢)에 달한다. 이것은 한라산국립공원의 8.6%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소나무숲은 한라산 정상을 중심으로 각 사면별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해발 1000미터에서부터 1400미터 사이에 전체의 80.5%가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반드시 소나무숲을 만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소나무숲도 소나무재선충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산된다면 머지않아 집에서 보던 죽은 소낭을 한라산에 가서도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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