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소나무마저도 닭갈비 신세로 전락?
입력 : 2012. 12. 20(목) 00:00
한 때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삼나무란 존재는 계륵과 같았다. 계륵, 닭갈비다. 갈비에 붙어 있는 고기가 종잇장처럼 얇아서 먹을 게 없다. 버리기도 아깝다.

제주도에 삼나무가 들어온 것은 1924년도가 처음이다. 이때부터 조금씩 심다가 70년대 들어 산림녹화를 위해 엄청나게 많이 심게 됐다. 오름에도 심었고, 목장에도 심었다. 감귤과수원에도 심었다. 삼림을 푸르게 하기 위해서, 방풍을 위해서, 경계표시를 위해서도 심었다. 이렇게 심어진 삼나무는 현재 2만3000여㏊에 8700만 그루나 됐다. 제주도 내에 심은 나무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삼나무는 제주도에 기여한 공이 매우 크다. 바람이 너무 강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땅이 삼나무 덕에 포근해 지면서 농사가 가능해졌다. 제주도 1차 산업 중 최대 소득원인 감귤산업도 삼나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축을 키우는 목장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삼나무가 40~50살이 돼 큰 나무가 됐다. 목재로 쓸 만큼 자랐다. 그런데도 목재가격이 형편없다. 방풍림의 기능도 예전만 못하다. 삼나무가 아니라도 많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세 줄 심어야 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그의 반 이상을 베어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베어내 버리자니 아깝고, 계속 키우자니 희망이 없다.

그런데도 삼나무는 습기와 물에 강해 제주의 기후조건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무늬로 친환경적이며 흡수력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건축내장재, 목재인도, 산책로 등 웰빙 시대에 부합하는 소재로 그 수요가 급증해 가는 추세이다.

일본 미야자키시의 돔 경기장은 세계에서 4번째, 일본에서는 최대 규모로 높이 38m, 지름 122m에 이르는 인공잔디가 깔린 대규모 실내구장이지만 삼나무로 지은 건물이다. 삼나무의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삼나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왕에 이렇게 조림된 삼나무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오히려 상품가치가 높은 품질로 잘 가꿔 우수한 목재를 생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생물다양성이 높은 숲으로 유도한다면 친생태적이면서 휴양림으로서도 사랑받는 숲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숲의 모양, 입지환경, 토양 조건과 같은 숲의 기능에 맞는 장기적인 맞춤형 산림사업 로드맵을 작성해 목재생산림, 휴양림, 경관림, 해안방조림 등 산림기능에 따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숲으로 유도해 나가면 어떨까?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 소나무 숲에 재선충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를 살펴보면 소나무라기보다는 제주도민들이 흔히 소낭이라고 하는 곰솔인 듯하다. 문제는 이 병이 전염성이 무척 강한데다가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곰솔은 제주도의 저지대 경관을 좌우할 만큼 많이 심겨 있는 나무다. 재선충병으로 제주도의 경관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에 따라 이 병에 걸린 나무의 2㎞ 이내의 소나무류는 목재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곳으로 이동도 금지돼 있다. 이대로 한 때 쓸모가 없어 계륵의 신세를 면치 못했던 삼나무처럼 소나무도 이 신세로 전락할 것인가?

차라리 이런 기회에 인공림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전반적인 정책 점검에 나서봄이 어떠한지 제안하고 싶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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