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구상나무의 날
입력 : 2012. 10. 11(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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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구상나무가 최초로 채집된 지 105년이 되는 해다. 한편 구상나무가 구상나무로서 처음 채집된 지는 95년이 되는 해다. 필자는 그 중에서 후자가 더 의의가 있다고 본다. 구상나무의 최초 채집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구상나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 식물학사에 기념비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산식물로서 일찍이 외국에 소개되고 반출된 것들 중에 대표적인 종으로 왕벚나무와 구상나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종은 모두 제주도 특산식물이기도 한데 전자는 낙엽수로서 꽃 피는 시기에 그 아름다움이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칭송할만하기 때문이고, 후자는 나무 자체의 자태가 균형미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침엽수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향기롭기 또한 천하에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해 할 만큼 빼어나기 때문이다.
그 중 왕벚나무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 기원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의 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자주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국식물자원의 해외 반출역사와 관련해서 한국과 미국 간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식물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식물은 모두 윌슨이라는 서양학자와 직·간접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왕벚나무와 관련해서는 이 나무가 일본에 있는 또 다른 두 종의 나무들 간의 잡종으로 태어났을 것이라고 하는 이른바 잡종기원설을 주창하여 일본 학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1920년 당시까지만 해도 한반도 이북에 널리 분포하는 분비나무로 알려진 구상나무가 이와는 다른 종임을 최초로 밝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새롭게 명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어네스트 헨리 윌슨은 영국 태생의 식물 채집가 겸 식물분류학자이다. 그는 주로 동양의 식물을 연구한 몇 안 되는 서양학자로서 특히 경제적 가치가 높은 목본식물 위주로 채집하거나 연구한 사람이다. 한국의 식물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했는데 1917년에는 제주도, 지리산, 울릉도, 금강산 등의 식물을 탐사했다.
그 중 제주도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탐사하게 되는데 이 때 처음으로 구상나무를 만났으며 1920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이곳에 분포하고 있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을 밝혀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E. H. Wilson)라는 학명으로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 1호에 발표하였다.
그런데 구상나무가 처음으로 채집된 것은 이보다 10년이 앞선 1907년 포리라고 하는 서양 신부에 의해서였다. 그는 이 해 5월부터 8월 사이에 4차에 걸쳐 구상나무를 채집했다. 다음으로는 1909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2차에 걸쳐 역시 서양 신부인 타케에 의해서 구상나무가 채집된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의해 채집할 당시에는 이 식물을 분비나무로 알고 채집하였으며, 이러한 오동정은 그 후 일본인 학자들에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어떤 식물을 새로운 종으로 이름을 붙일 때는 기준표본을 설정하게 되는데 윌슨은 자신이 1917년 10월 31일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본을 기준표본으로 하고, 포리와 타케신부가 채집한 표본을 참고표본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특산 구상나무의 신종 기준표본을 채집한 날은 공식적으로 이 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폭설과 폭우, 그리고 강력한 태풍과 같은 기후변화로 구상나무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한라산의 고산식물들에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10월 31일을 구상나무의 날로 정하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 박사>
그 중 왕벚나무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 기원과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의 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자주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국식물자원의 해외 반출역사와 관련해서 한국과 미국 간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식물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식물은 모두 윌슨이라는 서양학자와 직·간접으로 관련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왕벚나무와 관련해서는 이 나무가 일본에 있는 또 다른 두 종의 나무들 간의 잡종으로 태어났을 것이라고 하는 이른바 잡종기원설을 주창하여 일본 학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1920년 당시까지만 해도 한반도 이북에 널리 분포하는 분비나무로 알려진 구상나무가 이와는 다른 종임을 최초로 밝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새롭게 명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어네스트 헨리 윌슨은 영국 태생의 식물 채집가 겸 식물분류학자이다. 그는 주로 동양의 식물을 연구한 몇 안 되는 서양학자로서 특히 경제적 가치가 높은 목본식물 위주로 채집하거나 연구한 사람이다. 한국의 식물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했는데 1917년에는 제주도, 지리산, 울릉도, 금강산 등의 식물을 탐사했다.
그 중 제주도는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탐사하게 되는데 이 때 처음으로 구상나무를 만났으며 1920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이곳에 분포하고 있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을 밝혀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E. H. Wilson)라는 학명으로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 1호에 발표하였다.
그런데 구상나무가 처음으로 채집된 것은 이보다 10년이 앞선 1907년 포리라고 하는 서양 신부에 의해서였다. 그는 이 해 5월부터 8월 사이에 4차에 걸쳐 구상나무를 채집했다. 다음으로는 1909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2차에 걸쳐 역시 서양 신부인 타케에 의해서 구상나무가 채집된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의해 채집할 당시에는 이 식물을 분비나무로 알고 채집하였으며, 이러한 오동정은 그 후 일본인 학자들에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어떤 식물을 새로운 종으로 이름을 붙일 때는 기준표본을 설정하게 되는데 윌슨은 자신이 1917년 10월 31일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본을 기준표본으로 하고, 포리와 타케신부가 채집한 표본을 참고표본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특산 구상나무의 신종 기준표본을 채집한 날은 공식적으로 이 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폭설과 폭우, 그리고 강력한 태풍과 같은 기후변화로 구상나무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한라산의 고산식물들에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10월 31일을 구상나무의 날로 정하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