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제주에 살어리랏다
입력 : 2012. 06. 07(목) 00:00
"'먹고 산다'는 인간세상의 중력에서 조금만 비켜서면, 사람은 전에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꿈꿀 수 있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더라도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제주생활이 참 좋다."

제주생활에서 꿈을 얻고, 오늘을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소중히 여겨 제주로 이주해 온 열 다섯 분의 정착 수기를 담은 책 '거침없이 제주이민'을 지은이의 소감 마디다.

여기에는 바닷가 마을 대평리에 둥지를 튼 분, 한 때 홍대(弘大) 래퍼로 활약하다 중산간 송당마을에 정착한 분, 산골마을 솔도에서 야생초차 가게를 운영하는 분의 이야기 등 바당동네에서 한라산 자락까지 도내 곳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가고 있는 이주민들의 생생 인터뷰가 살가웁게 실려 있다.

최근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관광지와 업소들, 재래시장이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만이 제주를 즐겨찾는 것이 아니다. 제주가 좋아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은퇴자들이나 찾아와 머물던 곳에서, 이제는 도시의 각박함을 벗어나 평생을 살아갈 곳으로 제주를 선택하고 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도 제주를 찾는다. 영어교육도시가 그 전형이다. 몇 해 전만해도 생각할 수 없던 일들이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정읍에 조성 중인 영어교육도시에는 공립 영어학교인 KIS(한국국제학교)와 이튼스쿨에 버금가는 영국계 NLCS(노스런던컬리지)가 이미 800여명의 학생들을 받아들여 전문영어교육을 실시 중이다. 올해 10월이면 캐나다 명문 BLH(브랭섬홀 아시아)도 문을 열어 1200여명의 학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조성이 완료되는 3년 후엔 이 지역에 인구 2만2000명의 새로운 도시가 탄생한다.

특별자치도가 탄생한 지 6년이 되었다. 일부의 비판도 있으나 성과도 분명 나타나고 있다. 첨단과기단지에는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 본사를 비롯, 의약품 제조회사인 BMI 등 51개 회사가 둥지를 틀었다. 국토해양인재개발원, 공무원연금공단 등 9개 국책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 조성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고용과 소비를 촉진시키고 부가가치 창출 등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세월이 그냥 가져다준 게 아니다. 그동안 행정을 비롯한 도민사회 모두가 노력하고 땀 흘린 결과다.

제주의 보배인 자연도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2002)을 시발로 세계자연유산(2007)과 세계지질공원(2010),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2011) 등 제주가 독보적인 금수강산임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이를 잘 활용하면 앞으로 제주 100년의 미래를 밝혀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최근 3년간 제주의 인구가 계속해서 전국 3~4위의 증가율을 보이고, 특히 다문화 인구의 증가율은 전국 최상위로 랭크되고 있다. 이는 제주만이 갖는 특별함과 무관치 않다. 수도권도 아니고 대기업도 하나 없는 제주의 품속에 살고 싶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계최고의 녹색 휴양도시'를 추구하는 서귀포시가 귀농정보지원팀을 만들어 이주민들을 위한 행정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차츰 알짜가 되어가는 제주. 말도 사람도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제주가 좋아 제주를 찾고 제주에 살려는 이주민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아들이자. <오승익 제주특별자치도 국제자유도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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