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한라산은 인기가 없다?
입력 : 2012. 04. 05(목) 00:00
한라산국립공원이 자연환경안내원 9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두 차례나 냈는데도 응모자가 거의 없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근무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런 자격 소지자가 제주도 내에 거의 없어서 그런 건지 뒷얘기만 무성하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지난해에 108만 9000여명이 찾았다. 본보 3월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은 올 들어 30% 이상 폭증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올해 130여만 명이 탐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일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3561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탐방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탐방객이 증가하는 것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주5일 수업 등 토요 휴무제 확대, 등반 애호가 증가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앞으로도 증가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라산은 인기가 매우 높은 산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자연환경안내원들에게만은 인기가 없다. 이번에 모집하려고 했던 모집대상자의 자격은 생태학, 생물학, 환경학 또는 조경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대학 2년제 이상 졸업)거나 공공기관 및 환경단체 자연(생태)해설 교육이수자이다. 2년제 이상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졸업자도 많겠지만 흔히 해설사로 통칭되고 있는 관련교육이수자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관련분야에서 교육을 이수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존경받는 해설사로 인정받기 위하여 꾸준히 실력을 배양하는 사람들이다. 한 예로 산림청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산림문화·휴양 교육프로그램 및 교육과정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숲해설가 교육과정은 작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3개 기관이 인증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은 숲해설가는 숲을 찾는 국민들에게 숲과 관련된 환경생태ㆍ문화적 지식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숲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산림교육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 내에는 이렇게 배출된 숲해설가를 비롯하여 문화관광해설사, 자연유산해설사, 곶자왈해설사, 길생태해설사, 오름해설사, 지질해설사, 유배문화해설사, 작가의 산책길해설사 등 여러 분야에서 해설사들이 배출되어 활약하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된 인원은 대략 1000여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70% 정도는 관련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으나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숫자는 추정에 불과한데 이것은 이렇게 다양한 해설사들에 대한 관심부재와 수요를 예상하지 않은 채 배출되고 있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분야별 해설사의 수급계획과 함께 취업과 복지 그리고 재교육계획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라산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생태와 문화에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와 얘깃거리들이 개발되어 있거나 발굴 중이다. 급증하는 탐방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한라산의 생태문화에 대해서 준비하고 인증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해설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모집공고를 냈는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라산이 관련 해설사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한라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제주도민, 우리 국민,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찬수 난대산림연구소 박사>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5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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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04-16 23:56삭제
한라산을 정부부처에서 관리한다고 하여 떠들썩했다가 겨우 제주도로 다시 되돌아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라산만 제주도로 돌아오면 되는 것인가?
한라산에서 근무하는 인적자원은 한라산의 자원이 아닌가?
외부에서 귀하신 분들이 오면 한라산에 들러서 제주도를 자랑하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분들에게 한라산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사람들은 자연환경안내원이었다.
그런 자연환경안내원을 아무나 뽑아도 되는 것인지?
기존의 자연환경안내원들이 왜 신청 안했나?
이건 도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라 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과연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쑥대낭 04-13 12:14삭제
안타깝게도 책임 팀장이라는 사람의 자연환경안내자에 대한 인식부족과 부적절한 대우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다. 확인해야 한다.
한영자 04-09 18:46삭제
지극히 아름답고 향기로우며 거룩함이 한데 모이고 쌓인 곳.

지난해, 한라산이 국립공단에 이관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온 도민이 한목소리를 내며 반대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도민들에게 한라산이란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예로부터 한라산이라 하면 영산으로 우리의 수호 산으로 또한 정신적인 의지처로 우러르며 생활해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의 한라산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자연과학분야의 삼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전 세계인의 주목 속에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은 제주를 상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며 우리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한라산이 자연 해설 사 들에게 인기기 없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노루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들판을 달리고 족제비가, 다람쥐가 서로 눈 맞춤하고 ..

한라산에 골프 연습장을 생각하고, 살아 돌아다니는 것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자연이란 것에, 생태에 관한 것에 철학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이러 저러한 사연들로 한라산의 근무를 포기해 버린 우리들 또한 심정이 묘하다.
김상미 04-07 08:49삭제
10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불안한 근무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안내원이든, 생태해설사이든 간에 자연해설사로 근무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라고 본다. 한라산에 근무했던 자연환경안내원은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책으로, 현장답사로, 해당강좌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탐구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실제 환경교육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로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갖추고자 노력하며 활동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부심과 긍지가 존중 받지 못하고 몇 년간 애정을 담아 온 일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평가 받을 때 갈등을 느끼게 된다. 자연해설사 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노력하면 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한라산의 자연환경안내원은 내말 잘 듣는 사람 데려다 내가 원하는 일을 시키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고 한라산의 가치를 알리는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자리가 관리자의 기호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쯤에선 한라산에 근무하는 자연환경안내원이나 도내 다른 기관의 자연해설사 등 해설사의 지위에 대하여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은 시키는 일을 아무거나 해야 하는 일용직인가?, 아니면 전문가 집단인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한다.

지난해 한라산이 국립공원관리공단관리체계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제주도 전체가 들썩였던 것을 기억한다. '한라산이 곧 제주이다'라고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한라산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도민 스스로에게 또 도정 관계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유네스코3관왕이라 자랑만 하지 실제로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심이 서 있는지 궁금하다. 한라산국립공원지역은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습지가 2곳이나 있다. 국립공원에 근무하시는 많은 분들의 수고어린 땀으로 한라산이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국립공원에 근무하시는 몇몇 분들은 국립공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한라산은 일에 대한 의욕 없는 사람들이 오는 한직이어서는 안 된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분들이 꼭 필요한 곳이다. 한라산은 시간 때우다 기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궁리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올 곳이 아니다. 오전 오후 틈나면 코를 골며 자는 그런 사람이 올 곳은 더더욱 아니다. 한라산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분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 같다. 한라산을 진정으로 지킬 수 없고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한라산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리하에 들어가는 것에 반대를 해서는 안된다. 감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정 한라산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김영숙 04-06 08:13삭제
한라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해도 한라산이 제주고, 제주가 곧 한라산인 제주도에서 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하는곳이다. 김찬수 박사님께서 한라산에 해설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계신다. 그렇다면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자연환경안내원을 왜 채용하는지? 자연환경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관리부서에 묻고 싶다. 작년 그곳의 관리자가 바뀌면서, 자연환경안내원의 일은 그까짓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쓰레기줍는일과 인사를 첫째로 내세우고있다. 물론 인사와 청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한 한라산에 근무하고있던 자연환경안내원들은 산에 갈 때 기본적으로 비닐봉지를 들고가면서 산에 떨어진 휴지나 쓰레기를 주워서 온다. 그런데, 그 정도로는 안된다는 거다. 어리목에 청소를 맡고 계신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서는 어리목 광장과 어승생악의 쓰레기를 탐방안내소에서 다 맡기로했단다. 그러니까 주 업무가 청소가 먼저 될 수도 있는 것이다.물론 상황에 따라서 일을 분담하거나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할이 있고 담당이라는것이 있다. 그게 무시되는게 한라산 탐방안내소이다. 아무나 하란다. 청소도 아무나하고, 자연환경안내원도 아무나 하면 된다고 한다. 실업자가 많으니 사람은 널려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불어 자연이나, 생태에 대한 마인드 또한 재미난다. 어린이들에게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 보는게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 그러니까 생태교육이 뭐가 필요하냔것이다. 그리고 관광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한라산의 동식물을 어찌해도 된다는 개발적인(?)마인드를 가지고있다.
올 들어 도산하 다른기관들에서는 주 5일제 정착을 겨냥하여, 청소년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는것으로 안다. 그런데 한라산은 어떠한가? 다른곳에서 이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프로그램을 시작 안한것은 물론,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도 모두 없애라는 지시가 있었던것으로 안다. 어린이들에겐 교육의 장으로서, 도민들이나 관광객에게, 한라산을 보존하여 자랑스럽게 해설하고 싶어하는 자연환경안내원이나 숲해설사는 한라산에 들어와서 해야 할 제대로 된 역할이 없다. 그냥 인사나 잘하고 청소나 잘 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니...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해설사들이 한라산을 찾을리 만무하다. 과연 한라산 이대로 가도 좋은건지? 어느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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