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적자생존과 스마트폰
입력 : 2012. 02. 23(목) 00:00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라 하기에 평상시 보다 더욱 멋지고 폼 나는 신년계획을 세워보고 싶어서, 유명인들이 신년 사자성어를 선정하듯이 올해의 키워드를 추려본 적이 있었다. 그 중에 '적자생존(適者生存)'과 '스마트폰'이라는 두 단어에 빠졌던 순간을 기억해 본다. 외부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체이나 집단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생물학적 용어인 적자생존과 국내에 1600만대가 보급되어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 사이에는 외형상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이나, 스마트 시대에서는 연관성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을 한문으로 해석하는 대신 순수 우리말 '적자'로 풀이하여 '글로 적는 사람만이 생존 한다'라는 뜻을 갖는 용어로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이 말은 적는 것, 메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써, 개인이나 많은 회사·단체들이 애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회사 벽면에 써 붙인 적자생존의 문구는 우리나라 조선업을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끔 하였다고 한다. 이 회사는 수십 년 전부터 모든 작업공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기술 공유, 품질관리,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이 가능하여 오늘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메모하는 것을 중시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링컨,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의 위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가들 중에도 메모광들은 대단히 많다.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은 50년 넘는 메모광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건희 회장은 기록을 철저히 하라는 뜻에서 신규 임원진에게 만년필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이렇듯, 대다수의 사람들은 메모의 필요성을 잘 알기에 포스트잇, 수첩, 다이어리 등을 활용하여 일정관리를 비롯하여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 반짝이는 아이디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수첩 대신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사람들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일정관리 도구는 수첩 시대를 마감시키려는 듯 인기가 대단하다. 약속과 할 일을 메모해 두면, 잊어버리지 않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저장되기 때문에 수첩처럼 분실과 보관을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썸노트(awesome note), 에버노트(ever note) 등과 같은 메모 앱(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것이 아주 수월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회의시간이나 업무 중에 말하는 이야기들이 문자로 전환되어 스마트폰에 기록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한다는 스마트워크 개념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은 적자생존의 필수도구로서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다.

메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기에 적지 않으면 잊게 된다. 메모는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에 메모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적자생존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적자생존과 같은 궤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속에 메모하는 습관을 더욱 키워볼 때이다. 적자! 생존을 위해서.

<김창숙 제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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