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2012년 1월 제주 간축객서(諫逐客書)
입력 : 2012. 01. 05(목) 00:00
지난해 연말 제주사회는 제주시장의 임명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임명권자인 도지사의 측근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상오 제주지역농협본부장의 제주시장 기용은 호사가들의 허를 찌른 파격 인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우 지사는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라 FTA관련 제안서를 보고 시장으로 결정했다"며 사전 교감설을 일축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부 언론들은 김 시장이 도내에서 가장 큰 농협조직의 수장이라는 점, FTA에 불만이 많은 농업인들을 달랠 카드로 충분하다는 점, 무엇보다도 제주시 서부지역이라는 점 등을 들면서 차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반응은 우 지사가 취임 이후 보여 온 인사스타일 때문이라는 말들이 많다.

우 지사는 취임 이후 공직사회는 물론 산하기관, 유관단체까지 측근이라는 사람들로 하나 둘씩 채워졌다고 말들이 많다. 선거 기여도와 충성도가 우선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제주시장의 임명 배경을 도민들은 도지사의 말 그대로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모 TV에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그린 '뿌리깊은 나무' 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이 연속극에서 황희 정승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극 줄거리의 중심은 아니다) 여기서 세종은 자신의 왕위 등극을 극구 반대한 정적인 황희를 정승에 중용하는 것으로 나온다.

세종은 정적이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황희를- 알려진 것처럼 청렴하지도 않고, 도덕적인 인물도 아니었다- '경륜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인재 선발 및 정리 능력이 뛰어나' 발탁해 이용했다고 한다. 결국 세종은 이런 인사로 인해 성군으로(인사는 세종대왕 치적의 일부지만), 황희는 명재상으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을 자주 한다. 국가든, 자방자치단체든, 기업이든, 단체든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조직은 불협화음이 나기 마련이다.

중국대륙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 재상 이사(李斯)는 외부인사를 기용해서는 안된다는 축객령(逐客令)에 대해 '간축객서'라는 글을 올려 진시황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간축객서에 태산불양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한줌 흙을 마다하지 않으며 큰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명구가 나온다.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안되고,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안되고 하면서 측근 인사만을 쓴다면 조직이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다. 폐쇄된 조직은 힘이 없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2012년 제주도 상반기 인사를 앞두고 공직사회는 말들이 많다. 우 도정의 이번 제주시장 발탁이 도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다른 인사에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가 측근이라는 이유로 배제돼서도 안 된다. 전임 도정에서 잘 나갔다고 해서 능력 있는 공무원을 소외시켜도 안 된다.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거나 키워 산적한 대 중앙 절충을 비롯한 제주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김한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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