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우리가 계속 꾸어야 할 꿈
입력 : 2011. 12. 22(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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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 점심 먹던 도중에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다들 떠나는구나, 그도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김정일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다. 이미 1974년에 김일성 후계자로 낙점된 터였기에, 여성편력과 같은 그의 부정적인 정보들이 냉전시대의 우리에게 계속해서 제공되었다. 결국 그는 1994년에 최고 권력자 자리를 물려받고는 '선군정치(군부 우위 정치)'와 '강성대국론(사상·군사·경제대국 건설)'을 추구하며 '고난의 행군' 속에서 17년 동안 북한을 통치했다.
범박하게 보자면, 아버지 김일성에 비해 그는 다소 유연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김일성이 남쪽의 지도자 이승만·박정희와 끝없는 대결구도를 형성하면서 서슬 퍼렇던 냉전체제를 이끌었다면, 김정일은 핵 문제 등으로 난관에 봉착하는 와중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화해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김영삼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급서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고 절박해진 경제적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에서 그랬던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남쪽의 두 대통령과 차례로 정상회담을 가졌음은 크게 주목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당시에 그가 남한 사람들에게 보여준 언행은 김일성과는 달리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면모가 꽤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의 셋째아들이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북의 새 통치자가 된다고 한다. 바야흐로 제3세대 지도자의 탄생이다. 1983년생(1982년생 혹은 1984년생이라는 설도 있음)인 김정은은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남한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갓 출발했을 만한 연령이다.
나이만 갖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나는 젊은 김정은이 김일성은 물론 김정일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지녔으리라고 믿는다. 그는 할아버지처럼 일제강점기 빨치산 투쟁을 거쳤거나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요, 소년기에 겪은 참혹한 전쟁의 상흔 속에 살았을 아버지와도 다르다. 김정은의 기억 속에 전쟁은 없다. 그는 완벽한 전후세대로, 앞선 세대와 경험이 판이하다.
아마도 그의 기억 속에는 남북정상회담의 감격이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며,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광도 뚜렷하게 새겨져 있지 않을까 한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의 전언('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의 공업기술이 모자라서 전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토로하며 울기도 했고, "유럽의 상점에는 먹을 것이 넘치는데 우리나라의 상점에만 먹을 것이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고 한다. 10대 후반에 2년 동안 스위스의 공립학교를 다녔던 그로서는 보고들은 바가 적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에겐 한계가 아주 많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기존 권력층을 넘어서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나는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권력 승계 소식을 들으며 박노해의 '꿈을 모두 함께 나눈다면'(1999)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보았다. "난 요즘 잠자리에 누워 이런 꿈을 꾸곤 한다/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평양까지 마음껏 달리고/만주벌판으로 눈 덮인 시베리아로 유라시아 초원을 거쳐 빠리까지 가 닿아/거기서 다시 횡단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는 꿈을 꾸곤 한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라고 지청구할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 분들에게 박노해 시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꿈을 모두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꾼다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몸으로 자기 몫의 고통을 받아나가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꿈을 젊어서 한때 반짝 꾸고 말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생을 두고 끝까지 꾸어간다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김정일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다. 이미 1974년에 김일성 후계자로 낙점된 터였기에, 여성편력과 같은 그의 부정적인 정보들이 냉전시대의 우리에게 계속해서 제공되었다. 결국 그는 1994년에 최고 권력자 자리를 물려받고는 '선군정치(군부 우위 정치)'와 '강성대국론(사상·군사·경제대국 건설)'을 추구하며 '고난의 행군' 속에서 17년 동안 북한을 통치했다.
이제 그의 셋째아들이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북의 새 통치자가 된다고 한다. 바야흐로 제3세대 지도자의 탄생이다. 1983년생(1982년생 혹은 1984년생이라는 설도 있음)인 김정은은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남한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갓 출발했을 만한 연령이다.
나이만 갖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나는 젊은 김정은이 김일성은 물론 김정일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지녔으리라고 믿는다. 그는 할아버지처럼 일제강점기 빨치산 투쟁을 거쳤거나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요, 소년기에 겪은 참혹한 전쟁의 상흔 속에 살았을 아버지와도 다르다. 김정은의 기억 속에 전쟁은 없다. 그는 완벽한 전후세대로, 앞선 세대와 경험이 판이하다.
아마도 그의 기억 속에는 남북정상회담의 감격이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며,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광도 뚜렷하게 새겨져 있지 않을까 한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의 전언('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의 공업기술이 모자라서 전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토로하며 울기도 했고, "유럽의 상점에는 먹을 것이 넘치는데 우리나라의 상점에만 먹을 것이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고 한다. 10대 후반에 2년 동안 스위스의 공립학교를 다녔던 그로서는 보고들은 바가 적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에겐 한계가 아주 많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기존 권력층을 넘어서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나는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권력 승계 소식을 들으며 박노해의 '꿈을 모두 함께 나눈다면'(1999)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보았다. "난 요즘 잠자리에 누워 이런 꿈을 꾸곤 한다/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평양까지 마음껏 달리고/만주벌판으로 눈 덮인 시베리아로 유라시아 초원을 거쳐 빠리까지 가 닿아/거기서 다시 횡단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는 꿈을 꾸곤 한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라고 지청구할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 분들에게 박노해 시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꿈을 모두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꿈을 머리나 입으로만 꾼다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몸으로 자기 몫의 고통을 받아나가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꿈을 젊어서 한때 반짝 꾸고 말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생을 두고 끝까지 꾸어간다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