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흰 코끼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입력 : 2011. 12. 08(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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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와 공룡같은 거대 동물들이 사라진 현재 우리가 육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다.
천적이 없을 만큼 큰 덩치와 힘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주름잡던 코끼리지만 멋진 상아 때문에 늘 밀렵꾼에 희생 당하고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점점 수가 줄고 있다.
코끼리는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20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코끼리들이 살아가는 데는 넓은 초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으로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코끼리들이 종종 농장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심지어 사람까지 해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도리어 골칫거리 취급받는 신세가 됐다.
코끼리 가운데 흰 코끼리(white elephant)는 불교에서 대단히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데, 이는 마야부인이 6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옆구리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석가모니를 잉태했다는 설화에서 비롯됐다. 이런 연유로 태국을 비롯한 불교국가에서는 흰 코끼리는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고 신성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흰 코끼리는 비싸기는 한데 실용적이지 못해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돈은 많이 들어가나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이나 사업을 '흰 코끼리 프로젝트'라고 일컫기도 한다.
옛날 샴 왕조때 한 국왕이 맘에 안든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는데 이를 받은 신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에 빠진다. 자칫 왕으로부터 받은 코끼리를 죽였다가는 반역과 같은 일이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먹어대는 코끼리를 기른다는 것은 등골이 휘는 일이다.
신하가 마음에 안들면 차라리 파직시키고 말 일인데 흰 코끼리를 선물한 것을 보면 신하에 대한 미움이 꽤 깊었던 것 같다. 이처럼 아무 쓸데없이 재산이나 축낼 흰 코끼리지만 멋과 힘이 주는 상징성 때문인지 우리는 여전히 흰 코끼리 기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이나 권력자처럼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무언가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엄과 힘을 갖춘 흰 코끼리가 주는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해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난 뒤 남은 시설물 관리에 끙끙대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4대강 사업도 경제활성화 효과는 보이지 않은 채 벌써 부실공사논란이 일고 있어 앞으로 돈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가 떠들썩하게 벌여온 세계7대자연경관선정도 화려하지만 결국 또다시 돈만 들이며 덩치를 키워야하는 흰 코끼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보면 세계7대자연경관 후속사업으로 18억원을 편성하고 있다. 선정투표과정에서 전화비 등으로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명판 증정식과 축하행사에 1억원, 상징기념물 사업 10억원 등 18억원이란 적지않은 예산이 또다시 세계7대자연경관사업에 들어간다.
막대한 돈을 들인 사업일수록 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 돈을 들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 예산과 열정을 파헤쳐지는 곶자왈 보전에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징탑을 세우고 화려한 행사로 치장할 것이 아니라 병든 제주자연환경을 치유하고 보전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일이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천적이 없을 만큼 큰 덩치와 힘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주름잡던 코끼리지만 멋진 상아 때문에 늘 밀렵꾼에 희생 당하고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점점 수가 줄고 있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으로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코끼리들이 종종 농장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심지어 사람까지 해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도리어 골칫거리 취급받는 신세가 됐다.
코끼리 가운데 흰 코끼리(white elephant)는 불교에서 대단히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데, 이는 마야부인이 6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옆구리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석가모니를 잉태했다는 설화에서 비롯됐다. 이런 연유로 태국을 비롯한 불교국가에서는 흰 코끼리는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고 신성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흰 코끼리는 비싸기는 한데 실용적이지 못해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돈은 많이 들어가나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이나 사업을 '흰 코끼리 프로젝트'라고 일컫기도 한다.
옛날 샴 왕조때 한 국왕이 맘에 안든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는데 이를 받은 신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에 빠진다. 자칫 왕으로부터 받은 코끼리를 죽였다가는 반역과 같은 일이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먹어대는 코끼리를 기른다는 것은 등골이 휘는 일이다.
신하가 마음에 안들면 차라리 파직시키고 말 일인데 흰 코끼리를 선물한 것을 보면 신하에 대한 미움이 꽤 깊었던 것 같다. 이처럼 아무 쓸데없이 재산이나 축낼 흰 코끼리지만 멋과 힘이 주는 상징성 때문인지 우리는 여전히 흰 코끼리 기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이나 권력자처럼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무언가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엄과 힘을 갖춘 흰 코끼리가 주는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해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난 뒤 남은 시설물 관리에 끙끙대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4대강 사업도 경제활성화 효과는 보이지 않은 채 벌써 부실공사논란이 일고 있어 앞으로 돈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가 떠들썩하게 벌여온 세계7대자연경관선정도 화려하지만 결국 또다시 돈만 들이며 덩치를 키워야하는 흰 코끼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보면 세계7대자연경관 후속사업으로 18억원을 편성하고 있다. 선정투표과정에서 전화비 등으로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명판 증정식과 축하행사에 1억원, 상징기념물 사업 10억원 등 18억원이란 적지않은 예산이 또다시 세계7대자연경관사업에 들어간다.
막대한 돈을 들인 사업일수록 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 돈을 들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 예산과 열정을 파헤쳐지는 곶자왈 보전에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징탑을 세우고 화려한 행사로 치장할 것이 아니라 병든 제주자연환경을 치유하고 보전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일이다.
<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