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일강정을 위하여
입력 : 2011. 11. 1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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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예부터 물이 귀했다. 한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물을 얻기 위한 고단한 삶이 있었다. 하지만 강정마을은 달랐다. 강정천과 악근천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마을 곳곳에서는 용천수가 솟아나 내를 이뤄 흘렀다. 가히 물의 마을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벼농사가 어려운 제주에서 강정마을은 벼를 재배했고, 맛이 좋아 진상까지 했다. 물뿐만이 아니었다. 땅도 기름져 같은 면적의 농사라도 수확량은 훨씬 많았다. 그리하여 제일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제일(第一)강정이다.
강정마을은 이러한 자연의 혜택을 서로 나누는 지혜도 발휘했다. 과거 대정현 관할이었던 강정마을에 논이 없던 정의현 관아에 공급될 벼가 재배되었다. 정의논깍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유래이기도 하다. 또한 강정마을의 풍부한 수원은 현재에도 서귀포시민들의 식수로 공급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강정천의 시원한 물을 찾는 수많은 피서객을 기꺼이 맞이한다.
넉넉한 인심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던 강정마을이었다. 그러나 해군기지가 강정마을에 추진되면서 전국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마을이 되고 말았다. 생업을 접은 채 5년째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을 벌이는 주민들의 삶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마을회장을 비롯해 주민 여럿이 구속 수감된 상태다. 주민 수십 명이 사법처리를 당했고, 수백 명이 사법처리 과정에 있다.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납부했고, 해군측에 수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당한 처지다. 해군과 경찰의 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도 부지기수다. 어린아이 포함해 전체 주민수가 1,7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에 피해를 입지 않은 가구가 없을 정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의 작은 해안마을 하나가 법테두리 밖으로 버려져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법과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들은 오히려 마을주민들의 인권을 가혹하게 유린한다. 자기결정권조차 박탈당한 사람들, 지금은 내 땅에서 유배되고 말았다. 제주의 질곡의 역사가 함축되어 다시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해군을 향해 이들의 형편을 대변하고 항의해야 하는 책임자들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환호하던 시각에도 강정사람들의 한숨은 줄지 않았다. 경관1등급인 관계로 강정연안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놓고는 해군기지 건설한다고 법적근거도 없이 이를 해제해 버린 제주도였다. 이런 식의 자연경관 관리정책이라면 있으나마나하다. 지금의 강정마을 사태를 있게 한 장본인 중 하나인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이 얘기되고 있지만 강정마을을 보듬어 안으려는 진정성 있는 대중정치는 없다.
아무리 국가정책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국민을 위한 정책일 때 가능한 말이다.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정부가 지정한 환경보전지역을 명분없이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 목숨을 각오한 강정주민들의 저항은 정부가 내미는 보상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예전의 물 좋고, 풍광 좋은 살기 좋은 강정마을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마저 이 갈등의 상처에 휩쓸리는 것 같아 마음 아프지만 이 아이들에게 강정마을과 강정바다를 온전히 물려주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이제 제주섬이라는 운명공동체에 함께한 우리 도민들이 강정마을 사태에 막연한 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넉넉한 인심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던 강정마을이었다. 그러나 해군기지가 강정마을에 추진되면서 전국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마을이 되고 말았다. 생업을 접은 채 5년째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을 벌이는 주민들의 삶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마을회장을 비롯해 주민 여럿이 구속 수감된 상태다. 주민 수십 명이 사법처리를 당했고, 수백 명이 사법처리 과정에 있다.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납부했고, 해군측에 수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당한 처지다. 해군과 경찰의 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도 부지기수다. 어린아이 포함해 전체 주민수가 1,7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에 피해를 입지 않은 가구가 없을 정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의 작은 해안마을 하나가 법테두리 밖으로 버려져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법과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들은 오히려 마을주민들의 인권을 가혹하게 유린한다. 자기결정권조차 박탈당한 사람들, 지금은 내 땅에서 유배되고 말았다. 제주의 질곡의 역사가 함축되어 다시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해군을 향해 이들의 형편을 대변하고 항의해야 하는 책임자들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환호하던 시각에도 강정사람들의 한숨은 줄지 않았다. 경관1등급인 관계로 강정연안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놓고는 해군기지 건설한다고 법적근거도 없이 이를 해제해 버린 제주도였다. 이런 식의 자연경관 관리정책이라면 있으나마나하다. 지금의 강정마을 사태를 있게 한 장본인 중 하나인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이 얘기되고 있지만 강정마을을 보듬어 안으려는 진정성 있는 대중정치는 없다.
아무리 국가정책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국민을 위한 정책일 때 가능한 말이다.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정부가 지정한 환경보전지역을 명분없이 스스로 허물어 버리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 목숨을 각오한 강정주민들의 저항은 정부가 내미는 보상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예전의 물 좋고, 풍광 좋은 살기 좋은 강정마을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마저 이 갈등의 상처에 휩쓸리는 것 같아 마음 아프지만 이 아이들에게 강정마을과 강정바다를 온전히 물려주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이제 제주섬이라는 운명공동체에 함께한 우리 도민들이 강정마을 사태에 막연한 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