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미여지벵뒤'에서 당신을 보내며
입력 : 2011. 11. 10(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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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신의 신화 세경본풀이에서, 땅을 뜻하는 세경은 "농사짓는 일도 세경의 덕, 장사지내는 일(掩土勘葬)도 세경의 덕"이라 하는 땅 또는 농경신을 뜻하므로, '세경너븐드르'는 농사짓는 넓은 땅, 평야(平野)를 뜻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곶자왈'은 개간되지 않은 원래의 땅, 자연이며,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 정글, 산전(山田)이며, 가시덤불, 형극(荊棘), 아직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기 전의 아직 닦지 않은 저승길을 뜻한다.
세경의 평야 들판의 의미와도 좀 다른 벵뒤는 '널따란 벌판'인데 세경 땅, 기름진 뒌 땅이 아닌 뜬 땅, 돌밭, 농사가 잘 되지 않는 버덩이다. 이제 '미여지 벵뒤'를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신화에 나오는 '미여지 벵뒤'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인가. 저승가는 길,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에 있는 미여지 벵뒤는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란 의미를 지닌다.
나는 지난 10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 동안, 성읍리 일관헌 맞은편 마방터 전통초가에 마련된 큰굿판에 있었다. 그리고 그 굿판에서 7년 전에 이승을 떠난 당신의 아름다운 영혼과 만났다. 그곳은 미여지 벵뒤란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만남은 내게는 정말 행운이었다. 굿을 통해 저승에 있는 당신이 날 찾아 왔다고 느꼈다. 분명 나는 굿판에서 저승에서 온 당신을 만났고 같이 춤을 추었다.
내가 당신과 만난 곳은 굿판이지만 실제로 나와 당신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점 '미여지 벵뒤'란 곳에 있었던 것이다. 제주의 저승신화 '차사본풀이'에 나오는 이곳은 '아무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었다. 당신은 이승에서의 미련과 한을 다 풀고 저승으로 떠나갔었다. 굿에서 영가(靈駕) 또는 영혼을 뜻하는 '영개'는 아직 저승으로 떠나지 않은 망자의 영혼이다. 이 내 곁에서 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의 '영개'가 굿하는 십여 일 내 곁을 맴돌다 26일 마지막 영가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영개돌려세움' 때가 다가오자 나비 한 마리가 굿판 내 곁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분명 당신의 영혼이 늘 내 곁에서 하올하올 날고 있었다. 분명 당신은 나비로 환생한 것이다. 난 분명 당신의 영혼이 내 곁에 있음을 느꼈다. 수심방을 맡았던 서순실 심방과 본주인 후배 정공철이 생전에 당신이 나를 따라 굿판에 와서 항시 심부름도 하며 베풀었던 고마움에 보답으로 저승으로 보내는 당신 옷 한 벌 상에 올려주었을 뿐인데 이승사람들의 고마움을 아는지 당신의 영혼이 나비가 되어 굿판을 찾아와 날아다녔다. 나는 당신이 여기 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서 심방은 언니가 꿈속에 보였다 했다. 나는 나비가 되어 찾아온 작은 노랑나비, 당신의 영혼과 춤을 추었고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30년 만에 재현한 큰굿의 성과는 많았지만, 내가 얻고 느꼈던 큰굿의 의미는 나비가 된 당신을 보았고 기쁘게 당신을 저승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정말 당신이 굿판에 오셨다 갔으리라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다. 이제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고 저승에 가면 나비로 환생하여 행복한 또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 이제 당신은 이승 사람과 이별하는 이승의 끝, '미여지 벵뒤' 허풍바람에 마지막 욕망과 슬픔을 날려버리며 마른 고사목에 이승에서 집착하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들을 걸어놓고 내가 만난 노랑나비처럼 훨훨 저승으로 날아가리라. 미여지 벵뒤를 떠나.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시인>
세경의 평야 들판의 의미와도 좀 다른 벵뒤는 '널따란 벌판'인데 세경 땅, 기름진 뒌 땅이 아닌 뜬 땅, 돌밭, 농사가 잘 되지 않는 버덩이다. 이제 '미여지 벵뒤'를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신화에 나오는 '미여지 벵뒤'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인가. 저승가는 길,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에 있는 미여지 벵뒤는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란 의미를 지닌다.
나는 지난 10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 동안, 성읍리 일관헌 맞은편 마방터 전통초가에 마련된 큰굿판에 있었다. 그리고 그 굿판에서 7년 전에 이승을 떠난 당신의 아름다운 영혼과 만났다. 그곳은 미여지 벵뒤란 곳이었다. 그곳에서의 만남은 내게는 정말 행운이었다. 굿을 통해 저승에 있는 당신이 날 찾아 왔다고 느꼈다. 분명 나는 굿판에서 저승에서 온 당신을 만났고 같이 춤을 추었다.
내가 당신과 만난 곳은 굿판이지만 실제로 나와 당신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점 '미여지 벵뒤'란 곳에 있었던 것이다. 제주의 저승신화 '차사본풀이'에 나오는 이곳은 '아무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었다. 당신은 이승에서의 미련과 한을 다 풀고 저승으로 떠나갔었다. 굿에서 영가(靈駕) 또는 영혼을 뜻하는 '영개'는 아직 저승으로 떠나지 않은 망자의 영혼이다. 이 내 곁에서 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의 '영개'가 굿하는 십여 일 내 곁을 맴돌다 26일 마지막 영가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영개돌려세움' 때가 다가오자 나비 한 마리가 굿판 내 곁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분명 당신의 영혼이 늘 내 곁에서 하올하올 날고 있었다. 분명 당신은 나비로 환생한 것이다. 난 분명 당신의 영혼이 내 곁에 있음을 느꼈다. 수심방을 맡았던 서순실 심방과 본주인 후배 정공철이 생전에 당신이 나를 따라 굿판에 와서 항시 심부름도 하며 베풀었던 고마움에 보답으로 저승으로 보내는 당신 옷 한 벌 상에 올려주었을 뿐인데 이승사람들의 고마움을 아는지 당신의 영혼이 나비가 되어 굿판을 찾아와 날아다녔다. 나는 당신이 여기 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서 심방은 언니가 꿈속에 보였다 했다. 나는 나비가 되어 찾아온 작은 노랑나비, 당신의 영혼과 춤을 추었고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30년 만에 재현한 큰굿의 성과는 많았지만, 내가 얻고 느꼈던 큰굿의 의미는 나비가 된 당신을 보았고 기쁘게 당신을 저승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정말 당신이 굿판에 오셨다 갔으리라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다. 이제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고 저승에 가면 나비로 환생하여 행복한 또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 이제 당신은 이승 사람과 이별하는 이승의 끝, '미여지 벵뒤' 허풍바람에 마지막 욕망과 슬픔을 날려버리며 마른 고사목에 이승에서 집착하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들을 걸어놓고 내가 만난 노랑나비처럼 훨훨 저승으로 날아가리라. 미여지 벵뒤를 떠나.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