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보미와 제니가 꿈꾸는 평화세상
입력 : 2011. 08. 04(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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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총이 없어지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해?"/"네, 그렇게 생각해요."/"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착한 사람들은 총이 없다고 해 봐. 그럼 나쁜 사람들은 다 죽일 텐데, 그게 평화로운 일일까?"/"지금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나쁜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착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 말이에요. 아저씨는 학교에 들어와 총을 쏘는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세요?"/"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도널드는 뭔가 제니한테 말려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만일 강도가 총을 들고 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경찰을 부를 시간은 없어. 그럴 때 집 주인은 무엇으로 자기 생명을 지켜야 하지?"/"총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가방 속에 총 한 자루씩 넣어 주세요. 총을 든 괴한들이 학교에 들어오면 함께 총싸움을 벌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상은 위기철 장편동화 <무기 팔지 마세요!>의 후반부 한 장면이다. 무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초등학교 6년생 제니가 미국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인 '도널드 화이트 쇼'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상황이다. '무기 자유 협회' 회원인 도널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제니를 방송에서 '멋모르고 날뛰는 철부지'로 만들려다가 되레 망신당한다.
이 작품에는 무기와 관련된 미국의 여러 통계들이 적절히 활용된다. 미국에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모두 2억 3000만 개로, 1인당 1개꼴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 해에 3만 5000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데, 이것은 15분마다 1명씩 총 맞아 죽는다는 뜻이다. 제주4·3 희생자보다 많은 인명이 미국에서는 1년마다 총기에 의해 희생된다는 것이다. 총에 맞아 죽는 어린이 숫자는 하루 평균 12명에 달한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무기 생산·수출국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국 내에서의 총기 희생자가 이 정도까지 되는 줄은 나는 미처 몰랐었다. 하긴 미국총기협회(NRA)의 회원이 450만 명이나 되고, 이 협회의 로비 자금만 1년에 1억 달러가 넘는다니, 총기 사고의 위협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제니의 무기 반대 활동은 미국 전 지역의 어린이들은 물론 엄마들에게까지 확산되는가 하면,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 법안' 반대 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상원·하원 모두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는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제니의 이러한 엄청난 활동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서울 소망초등학교 5학년인 강보미는 교실에서 비비탄에 이마를 맞은 것을 계기로 '평화 모임'을 만들고 장난감 총 반대 운동을 전개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활동상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것을 미국의 제니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자극받았던 것이다. 열두 살 보미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위험한 물건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수류탄을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지 않겠어요? 그 사람한테 수류탄을 터뜨릴 마음이 전혀 없더라도 말이어요."
무기를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험 인자가 되듯이, 군사기지를 끼고 있는 점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오키나와전쟁에서 주민 10만이 희생된 것은 일본 군사기지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섬의 현실을 생각해 보자. 적어도 '평화의 섬'을 표방한다면 군사기지는 최소화하는 게 옳지 않을까? 무기와 군대가 평화세상을 만드는 게 아님을 보미와 제니에게 배울 일이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 작품에는 무기와 관련된 미국의 여러 통계들이 적절히 활용된다. 미국에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모두 2억 3000만 개로, 1인당 1개꼴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 해에 3만 5000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데, 이것은 15분마다 1명씩 총 맞아 죽는다는 뜻이다. 제주4·3 희생자보다 많은 인명이 미국에서는 1년마다 총기에 의해 희생된다는 것이다. 총에 맞아 죽는 어린이 숫자는 하루 평균 12명에 달한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무기 생산·수출국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국 내에서의 총기 희생자가 이 정도까지 되는 줄은 나는 미처 몰랐었다. 하긴 미국총기협회(NRA)의 회원이 450만 명이나 되고, 이 협회의 로비 자금만 1년에 1억 달러가 넘는다니, 총기 사고의 위협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제니의 무기 반대 활동은 미국 전 지역의 어린이들은 물론 엄마들에게까지 확산되는가 하면, 중간선거에서 '총기 규제 법안' 반대 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상원·하원 모두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는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제니의 이러한 엄청난 활동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서울 소망초등학교 5학년인 강보미는 교실에서 비비탄에 이마를 맞은 것을 계기로 '평화 모임'을 만들고 장난감 총 반대 운동을 전개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활동상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것을 미국의 제니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자극받았던 것이다. 열두 살 보미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위험한 물건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수류탄을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지 않겠어요? 그 사람한테 수류탄을 터뜨릴 마음이 전혀 없더라도 말이어요."
무기를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험 인자가 되듯이, 군사기지를 끼고 있는 점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오키나와전쟁에서 주민 10만이 희생된 것은 일본 군사기지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섬의 현실을 생각해 보자. 적어도 '평화의 섬'을 표방한다면 군사기지는 최소화하는 게 옳지 않을까? 무기와 군대가 평화세상을 만드는 게 아님을 보미와 제니에게 배울 일이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